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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연재

무시무시한 세상의 위협,

그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어머니의 사랑

유인창 안사노 신부(중화동본당)

(지난 2016년 중견사제연수 때 춘천교구 오OO 신부님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등장

인물들의 이름은 제가 임의로 처리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참! 김신부, 사제관에뱀한마리가숨어있을거야.”

사제 피정에서 만난 김 신부님에게 전임자였던 선배

박 신부님이 꺼낸 이야기는 정말이지 ‘마른하늘에 날

벼락’과도 같았습니다. 박 신부님의 말인즉슨, 애완용

으로 거대한 뱀을, 그것도 사이좋게 암컷 하나, 수컷

하나를 키우고 계셨답니다. 인사이동할 때가 되어 짐

을 챙기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 마리가 보이지 않더

랍니다. 이사는 해야겠고…. 일단 짐을 옮겨 사제관

을 비운 뒤 후임자인 김 신부님한테 이야기한다는 것

이 그만 깜빡 잊고 만 것이었죠.

한 달 후 사제 피정에서 후배 신부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잃어버린 뱀이 떠올라서 중요한 정보

(?)

를 알

려 주었는데, 농담인 줄 알고 웃던 김 신부님의 얼굴

이 점점 굳어지더니 핏기마저 사라져 창백하게 되더

랍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달이나 굶은 초대형 뱀이

집구석 어딘가에서 혀를 날름거리며 먹잇감을 찾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119를 불러 어서 뱀을 잡으라고

사제관에 전화를 걸었지만, 늦은 밤까지 포획에 실

패했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수색과 기다

림에 지친 소방대원들마저 철수했다는 소식을 들은

김 신부님은, 피정 지도 신부님께 자초지종을 털어

놓고 다음날 일찍 귀가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았습니

다. 모를 때는 어쩔 수 없었다 쳐도 알고 난 이상 도

저히 견딜 수 없는 공포와 걱정 때문에 피정이 불가

능했기 때문입니다. 잠을 설치고 아침도 먹는 둥 마

는 둥 차를 몰고 성당에 도착한 김 신부님은,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에 그만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

었습니다. 김 신부님의 어머니께서 축 늘어진 대형

뱀 한 마리를 들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전날 밤 119대원들과 신자들이 모두 떠나고 난 후에

도, 어머니는 빗자루 하나를 들고 밤새 뜬 눈으로 사

제관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깊은 밤 어두컴

컴한 사제관을 스륵스륵 기어다니는 뱀의 뒤를 조용

히 따라가셔서 혈혈단신으로 사투를 벌인 끝에 뱀을

기절시키신 것이었습니다. 아들 사제

를 지켜주시기 위한 모성

(母性)

앞에 그 어떤 무서움

과 위험도 장애가 될 수 없었습니다.

프랑스 뤼드박에서 발현하신 성모님께서는 푸른색

망토에 양팔을 펼치신 채, 지구를 휘감고 있는 뱀의

머리를 맨발로 밟고 계셨습니다. 죄에 물듦이 없이

태어나심을 알려 주신 그 성모님의 모습이, 제게는

당신의 자녀들을 살리기 위해 두려움을 뛰어넘어

죽음의 위험도 아랑곳 않고 몸을 던지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다가옵니다. 무시무시한 세상의 위협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하고 강력한 어머니의 사랑! 그 사

랑에 감사드리며, 그 사랑을 본받을 수 있기를 청해

봅니다.

※저를 낳아주신 이계영

(보나)

어머니로부터 받은 많은 선

물중에가장큰선물은가톨릭신앙입니다. 77세의연세

에도 여전히 봉사의 삶을 사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

릴때마다, ‘어머니가계속봉사하실수있도록주님께서

나를사제가되게하셨구나’라고생각합니다. (_ _ ) 꾸벅

유인창신부의

신앙

입자

“성모님이 짜증을?”

창피해도 괜찮아!

괜찮아 신부(가톨릭서울)

오랜만이네요. 요즘 참 덥죠? 이번 주 주제는 ‘어머

니 성모님’이라기에 제게 신앙상담을 요청한 한소

심 임마누엘 군의 사연을 오늘의 ‘창피해도 괜찮은’

신앙 이야기로 준비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괜찮아 신부님. 저는 고2 한소심 임마누

엘입니다. 진심으로 바라는 것을 성모님께 간청하면

성모님이 하느님께 제 기도를 전해주신다고 하던데

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꾸 부탁만 하는

내가 짜증이 나지 않으실까’ 하는 마음이요. 사실 저

희 부모님이 슈퍼마켓을 운영하시는데, 친구들이 제

게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아이스크림 하나만 공짜로

먹게 해달라고 조르면 짜증이 나더라고요. 제가 해결

할 수 없는 일인 데다 친구들이 원하는 것을 우편배

달부마냥 전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요즘엔 간절히 원

하는 것이 있으면 성모송 대신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성모님이 좀 쉬실 수 있게 말이죠. ^^;; 괜

찮아 신부님, 이게 맞는 걸까요?”

소심 친구가 말한 대로 성모님께 간청하면 성모님은

그 이야기를 아드님이신 예수님에게 전해주십니다. 제

가 어릴 적엔 개신교 다니는 친구들이 “너희 천주교는

성모마리아를믿는종교지? 마리아교지?”라고따졌어

요. 그때는 제대로 그럴듯한 대답을 못 했습니다. 그래

서 집에서 열심히 묵주기도를 바치시던 어머니께 여쭸

는데, 그때 대화를 소개해드리면 답변이 될 것 같네요.

그때 저는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어머니께물었죠. “엄마! 우리천주교는마리아교야?”

“누가 그러든? 우리 천주교는 마리아를 믿는 종교가

아니란다.”

“그런데 엄마는 왜 하느님이 아니라 성모 마리아에

게 기도해?”

“만약 네가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는데 아버지가 안

사주면 넌 어떻게 하지?”

“음~ 난 아버지에게 떼를 써보고 안되면 어머니를

졸라서 아버지께 이야기 잘해달라고 하지요.”

“바로 그거야. 예수님께는 우리가 직접 기도를 드리

지만 성모님께는 직접 드리는 것이 아니라 전해달라

고 청하는 거야. 그것을 조금 어려운 말로는 전구

(轉

求)

라고 한단다. 알겠지?“

“성모님께 자꾸 뭘 해달라 하면 짜증나지 않을까?”

“소심아! 그렇지만 아빠나 나도 네가 친구들 준다고

하면 언제나 기쁘게 주었지 짜증은 낸 적이 없잖아?

성모님은 엄마보다 몇백 몇천 배 더 인자한 분이니까

절대 그렇지 않단다. 알겠니?”

괜찮아신부의

신앙

살자

신앙

의식주

어머니

변종찬 마태오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해 “그렇게나 많은 눈물 바

람을 받은 자식이 망할 리 없습니다”라는 표현이 종

종 사용됩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3,12,21)

들의 회심을 위해 무척이나 애쓰던 성녀 모니카에게

하느님께서 어느 주교를 통해 내리신 대답이었습니

다. 사실 성녀 모니카의 삶을 보면 인간적으로 안타

깝기 그지없습니다. 결혼 후 남편과 시어머니 때문에

고생했고, 그 고생이 그칠 즈음 아들 때문에 또 마음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나 많은 눈물 바람을 받은 자식이 망할

리 없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순수한 영혼을 지닌 그녀는 멸망의 길을 가고 있는

아들을 위해 수많은 눈물의 기도를 바쳤습니다. 결국

이 눈물은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을 자아내었고, 다

음과 같은 고백으로 인도했습니다.

“내가 진리에 도달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택하

지 않고, 원하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

으려는 지향을 갖도록 하느님이 허락하신 것은 어머

니의 기도 때문이라고 나는 확실히 믿고 또 단언합니

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질서론」 2,20,52.)

하느님의 뜻이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속

에서 모니카의 눈물은 실로 인내의 눈물이었습니

다. 하지만 결국 미국의 어느 시인이 노래하는 ‘어머

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평생 수백만 가지

의 것들을 자기의 아이에게 주고, 그러면서 늙어 가

고, 자기 아이를 위해 눈물 흘리지만, 그 가슴은 멍들

기보다 금빛처럼 빛나고, 평생 사랑의 눈으로 자기의

아이를 바라보기에 언제나 그녀는 올곧지요. 바로 그

녀가 어머니이십니다.”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 순명한

성녀 모니카의 모습은 실로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닮

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 역시 아들 예수님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 모두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

지만 그분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예수님의 말씀

과 행동을 배척하기보다 마음속에 새겨두었습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고통을 감수하는 믿음도 갖고 있

었습니다. 그렇기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는 것보다 그리스도의 제자

가 되는 것을 선호하였다고 말합니다. 또한 성 아우

구스티누스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

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라는 마태

오 복음 12장 50절을 해설하면서, 모든 그리스도인이

마리아의 동정성과 모성을 본받고 그리스도의 어머

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진정 마리아는 구체

적인 생활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였습

니다. 더욱이 마리아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시고 언

제나 예수님을 중심에 두었습니다. 그렇기에 행복한

여인이 되었습니다. “누구든지 행복한 사람은 하느님

을 모시고 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행복한 삶」 4,34)

이 삶에 우리도 초대받고 있습니다.

변종찬신부의

교부들

말씀사탕

변종찬 신부

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로 1993년에 사제품을

받고, 월곡동본당, 신내동본당에서 사목한 뒤 가톨릭대 신학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괜찮아 신부

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로 신자들이 주님의 자

비 안에서 즐겁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이루어가길 바라는 마음

에서 익명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유인창 신부

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로 1994년에 사제품을

받고, 역촌동본당 보좌, 가톨릭대 교수 등을 역임하고, 사목국

가톨릭청년성서모임 지도신부로서 오랜 시간 청년들과 함께해

왔습니다. 현재 중화동본당 주임신부로 사목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