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교구장님 부활 메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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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4-11 00:00 조회6,987회 댓글0건본문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루카 20,38)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온 세상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우리는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았습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함께하시길 빕니다. 특별히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남북의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주님의 평화가 충만히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사건은 그리스도교의 핵심이자 우리의 신앙을 지탱하는 중심 내용입니다. 따라서 부활은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수이며, 모든 두려움과 불확실함, 모든 의혹과 인간적인 계산을 날려주는 강력한 바람입니다.(베네딕토 16세 교황, 2006.10.19.) 주님의 부활로 우리 모두의 마음에 절망이 아닌 희망의 불씨가 피어나 온 세상에 가득 퍼져 나가기를 바랍니다. 특히 올해 예수 부활 대축일은 세월호 참사 3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모든 분들과 유가족들에게 끝없는 위로와 기도를 전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미수습자들도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합니다. 또한 이 나라에 더 이상 무죄한 이들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국민 모두가 생명을 더욱 귀중하게 여기고, 이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빈 무덤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전해줍니다. 예수님의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고,(요한 20,1 참조) 무덤이 비어있다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증언을 들은 두 제자는 예수님의 얼굴을 감쌌던 수건과 아마포가 놓여있는 것을 실제로 보았습니다.(요한 20,3-6) 주님은 부활하심으로써 어둠이 빛을, 불의가 정의를, 미움과 증오가 사랑을 결코 이길 수 없음을 세상에 증거하셨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께서 ‘사도 중의 사도’라고 칭송한 마리아 막달레나는 끝까지 예수님의 임종을 지켰고, 슬픔 속에도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가장 먼저 나타나셨고, 이로써 그녀는 그리스도 부활의 첫 목격자이자 첫 증언자가 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그녀가 예수 부활을 알렸기에 두려움에 떨던 주님의 제자들이 용기를 내어 세상에 나가 복음을 전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희망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혼란과 불안을 간직한 채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헌정 사상 처음인 현직 대통령의 파면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깊은 슬픔과 함께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열망을 확인하게 했습니다. 이 어려운 난국에서도 온 국민이 인내와 슬기를 가지고 헤쳐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변화의 시작에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봉사자를 뽑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선거와 그 결과가 국민의 화합과 일치를 이루고 참다운 민주주의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날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공동선과 정의를 실천하며 우리나라의 통합과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봉사자를 선출해야 합니다.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은 새로운 지도자가 갈등과 분열을 뒤로하고 화해와 일치를 통해서 화합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기를 바랍니다. 진정한 지도자는 혼자 변화를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국민으로 하여금 변화를 이루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하느님께 우리나라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좋은 지도자를 보내주시길 기도합시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부활이며 ‘새로운 삶’을 의미합니다. 즉 부활의 믿음은 그리스도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에페 4,24 참조) 낳고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인류를 낳습니다. 부활에 대한 믿음은 끝내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가져오며 그 변화의 종착지는 하느님 나라입니다. 우리 신앙인들도 주님의 제자들처럼 부활 신앙을 간직하고 새롭게 변화되어 말과 행동으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나부터 새롭게 변화되면 부활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발견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지금 우리 교회가 실천하고 있는 신앙 운동인 ‘답게 살겠습니다’와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의 삶과 마음 안에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형성되실 때까지 그분을 닮고자 노력하고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 됩시다. 주님께서는 부활을 증언하며 어둠을 물리치고 다양하며 선하고 긍정적인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려는 우리 모두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함께하실 것입니다.(마태 28,20 참조)
다시 한 번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을 맞아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께 주님의 빛과 생명과 평화가 한반도에 가득하도록 전구해주시길 청합니다.
2017년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