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교구장님 부활 메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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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4-12 14:45 조회2,514회 댓글0건본문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요한 11,43)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 부활의 은총과 생명이 온 세상에 함께하기를 빕니다. 특별히 우리와 한 형제인 북한의 형제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이 하루빨리 평화를 되찾아 부활의 기쁨을 누리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자연의 생명이 움터 나오는 봄과 함께 부활 대축일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우리의 삶이 바야흐로 새로운 생명의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 팬데믹이 정점을 지나 진정의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으로 움츠려 들었던 우리도 이제 그만 각자의 ‘동굴’에서 나오라고 예수님께서 우리를 생명으로 불러내십니다.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통해 라자로의 소생을 다시 보면, 이 사건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주시는 우리의 부활에 대한 예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자신의 부활에 대한 약속이요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죽은 이들의 부활이 없다면 그리스도께서도 되살아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1코린 15,13)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우리 모두 온전한 신앙생활을 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가 금지됐던 기간에는 미사도 직접 참례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이 어려운 시간 동안 평화방송 미사나 인터넷 방송 미사가 그나마 많은 위로를 주는 통로의 역할을 고맙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각자의 ‘동굴’에 ‘안전하게’ 또 더러는 ‘안일하게’ 방송 미사에 안주하고 싶은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하고 불러내시는 듯합니다. 신앙은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이고, 방송으로는 미사의 성사성을 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방송으로 미사를 시청하는 것은 실제로 미사 참례하는 것은 아니기에 완전한 미사와 같은 것이 아닙니다만, 다만 몸이 불편하셔서 부득이 성당에 오실 수 없는 분들에게는 여전히 고마운 도구로서 ‘말씀을 묵상하는 기회’로 역할을 계속할 것입니다.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죽었던 이를 칭칭 감싸고 있던 천’을 풀어 주어 우리를 자유롭게 걸어가게 해주십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알게 모르게 더 고착되어 있고 우리를 감싸고 있는 ‘이기심’이라는 천, 이웃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꺼리는 ‘두려움’의 천, 편안함에 길들여진 ‘안일함’의 천들을 벗어버리고, 하느님 안에서 참 생명의 자유로움으로 나아오라는 초대입니다.
새봄, 새싹이 돋는 놀라운 생명의 봄에 우리를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명으로 초대해 주시는 부르심을 들으며, 자연의 위대함 속에 숨어있는 하느님 선물을 보게 됩니다. 봄의 생명력은 예수님의 부활이 주시는 생명의 선물입니다. 이 생명의 부활절에 저는 세 가지 작은 묵상점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자연의 위대한 생명력과 회복력 안에 담겨있는 생명의 신비에 감탄하고 감동할 수 있는 따뜻한 감수성을 다시 회복해 나갑시다. 뺨을 스치는 봄바람에도 까르르 웃을 수 있었던 그 약동하는 생명의 감수성은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무덤덤과 무표정, 무관심이 우리를 감싸고 있게 내버려 두지 맙시다. 소외된 이웃들의 아픔과 고통에 함께할 수 있는 마음의 따뜻함을 회복하고 그 사랑을 실천해 나갑시다.
이 생명의 봄, 부활한 생명의 계절을 통과하며, 참 생명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묵상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삶이 팍팍해졌을지라도, 생명의 근원이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의 생명이 어디로 가는지 하는 궁극의 목적을 잃은 채 의미 없는 분주함에 우리의 삶 전체가 매몰되지는 맙시다. 이 봄의 생명력이 일깨우는, 예수님 부활의 선물인 생명, 그 근원이자 우리가 결국 돌아갈 궁극 목적지인 하느님을 다시금 만나는 시간이 되어 봅시다.
우리가 받은 생명을 감사하며 기쁘게 하느님께 사랑의 열매를 바쳐드리기로 결심해 봅시다. 한때 유행했던 표현으로 ‘까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라틴어 표현이 있습니다. 참으로 ‘현재를 즐기는 모습’은 그저 ‘젊음을 엔조이’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실은 ‘하느님께 깊이 감사할 수 있을 때, 현재를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이 될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자연의 생명력 안에 지금 우리에게도 선물해 주시는 참 생명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 하루하루에 감사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힘찬 발걸음을 시작합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영원한 생명을 주시려고 죄인인 우리를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셨고, 당신의 피를 흘려 우리의 모든 죄와 허물을 씻어주시고, 마침내 부활하시어 우리에게 새 생명을 다시 주십니다. 이 봄의 생동하는 생명력 안에 담긴 하느님 생명의 선물을 감사하며, 우리 각자의 힘든 삶 안에도 속 깊이 담겨있는 생명의 선물에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곧 새로운 정부가 출범합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에게 당부를 드립니다. 2년 이상의 코로나 사태로 어려우신 분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잘 챙겨주는 정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다양한 세대, 다양한 지역,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고, 우리가 모두 서로 소통하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형제자매들이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 일상의 삶을 회복하기를 평화의 성모님께 전구해주시기를 특별히 부탁드립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평화가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여러분의 가정에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ㆍ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