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ous Page  3 / 12 Next Page
Information
Show Menu
Previous Page 3 / 12 Next Page
Page Background

֕ ਔ ੈ

정진민

세례자요한

前MBC교우회장, 가톨릭상담심리사

말씀

이삭

고등학교 때 제일 친한 친구 둘 중, 한 친구의 이름은 배

두였고, 세례명은 베드로였습니다. 우리 셋은 하루라도 안

보면 못 견딜 정도여서 늘 붙어 다녔습니다. 그런데 2학년

여름방학 때 제가 둘을 부추겨서 해수욕장에 놀러 갔습니

다. 거기서 배두와 같은 반인 다른 친구를 만나 넷이서 함

께 놀다가, 유난히 키 작은 그 친구가 불어난 밀물 때문에

허우적거리며 “배두야~!”하고부르자그를구하러갔던배

두는 함께 익사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잠깐 한눈파는 사

이에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서로 움켜잡고 물속으로 잠

기는장면을목격한저는파출소와경비정으로뛰어다니며

온갖 애를 썼지만, 결국 하루가 지나서야 사체를 찾았습니

다. 부모님들이모두오셔서사태를수습했고, 사체를보지

도못하게한부모님들때문에남은우리둘은바다가보이

는언덕에앉아서하루종일펑펑울었습니다.

죽음이 그렇게 허무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광대한 우

주 공간 어느 곳에도 베드로는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 ‘사

랑하는 친구를 잃어버린 허무함’은 ‘삶과 죽음’에 대한 엄청

난의구심으로대체되었고, 대학입시도실패하여재수를하

면서 철학과를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입학 후, ‘불교학생

회’에 들어가 3천 배를 해야 하는 여름 수련회를 마치고 계

를받아불심을다지던차에군에입대하게되었습니다.

8월 뙤약볕 아래 흙먼지 풀풀 날리는 연병장에서 훈련

을받던중, 포악한조교가실수한훈련병을너무도무지막

지하게 때리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코피가 터지고, 먼지투

성이로쓰러진그의눈이하늘을멍하니쳐다보는그순간,

그의 눈빛을 지금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하느

님, 도대체 어찌하여 인간이 이럴 수가 있습니까?’라는 처

절한절망의눈빛이었습니다. 그순간, 저의머릿속에서넓

은 유리판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흩어지면서 하늘 멀리

사라져 버리는 것과 동시에 “불성이 인성이라고? 저런 짐

승 같은 조교의 인성에서 불성은 무슨 불성~”이라는 생각

과함께뜨거운분노가치밀어올라왔습니다.

바로 다음 실내 교육 시간, 저는 덩치 큰 동료의 등 뒤에

숨어 앉아, 50분 동안 내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 콧물

범벅이되어울었습니다. 저자신을포함한우리인간존재

에대한 ‘한없이불쌍한연민’의오열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슬픔은 하느님이 제게 주신 ‘사

랑의 슬픔’이었고 ‘또 다른 부르심’이었습니다. 기쁨을 품고

있는 사랑은 반드시 슬픔도 간직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사랑을 잃었을 때 우리는 더욱 슬프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은많이기뻐하셨지만, 눈물도많이흘리셨습니다.

지금이순간저는 “나눌것이없다면, 함께울어주는것

만으로도 그들에게 밥이 될 수 있다”라는 김수환 추기경님

의말씀을되새깁니다.

사랑의슬픔

교리상식

장례미사 때 평화의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한국의 정서로는 가족이나 지인을 잃고 슬픔에 잠겨있는 사람들과 평

화의인사를나누는것이어울리지않는다거나그리스도교신자가아닌이들에게는거부감을줄수도있기때문이라고생

각됩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 현대에는, 오히려 이 시간에 평화의 인사를 나눔으로써 유가족들에게 위로

를주는것이더바람직하다고생각합니다.

장례미사 때는 평화의 인사를 안 하나요?

글_

교회상식속풀이」

|

바오로딸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