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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이삭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의 예쁜 동화마을 콜마르로 떠납

니다.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신나게 달리는 차창 밖에는 아

름답고 평화로운 경치가 끝없이 펼쳐지고, 차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와 일 년 만에 만난 동생과 지칠 줄 모르는 수

다, 납작코를 가진 동생 강아지를 동행해 즐거운 마음으

로 향합니다.

사실 콜마르의 아름다운 경치는 나에게 덤으로 주어진

선물이고, 이곳은 미술사 속의 걸작인 마티아스 그뤼네발

(MATTHIS GRÜNEWALD)

의 ‘이젠하임 제단화’가 있는 곳이어

서 내게 더욱 각별합니다. 콜마르에 도착해서 강아지를

호텔 방에 두고, 기대에 찬 마음으로 카메라를 둘러메고

곧장 운터린덴 미술관으로 향합니다. 13세기 도미니크

회 여자수도원 건물을 개조해 만든 이 미술관은 중세에서

20세기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방대하고 우수한 컬렉션을

자랑합니다. 고풍스러움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멋진

공간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미술관의 보물이 있는 경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이젠하임 제단화’를 만나는 순간

입니다! 이 제단화의 절정은 중앙패널인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의 고통으로 과하게 뒤틀려 썩어가는 피부를 가

진 충격적인 묘사인데, 이는 당시 이 지역에 번진 전염병

으로 치명적인 피부병을 앓던 환자들의 피부 모습과 유사

하게 표현된 것입니다. 인류 구원을 위해 희생하신 그리

스도 역시 그들과 같이 끔찍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

으셨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크나

큰 ‘위안’을 받았을 것입니다. 콜마르 근교 작은 마을 이

젠하임의 성 안토니우스 수도회가 그뤼네발트에게 이 작

품을 의뢰한 사연 역시 매우 감동적입니다. 놀랍게도 그

뤼네발트는 당시 흑사병과 같이 목숨을 앗아가는 이 무서

운 피부병에 전염될 위험을 무릅쓰고도 이 작업에 뛰어든

것입니다! 뛰어난 예술가로 세속적 명예와 안락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주었습니다. 죽음

의 문턱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영혼을 달래주고 이들에게

일말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사랑, 그 놀라운 신앙의 힘은 분명 하느님의 부르심

을 받은 자였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오늘날도 그의 놀라운 신앙의 산물인 이 제단화는 콜

마르의 작은 수도원을 찾는 수많은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

만져 줍니다. 나는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감동과 충격으로

벅찬 가슴을 안고 미술관을 떠납니다. 미술관을 나오니

어느덧 어둑어둑 해가 저뭅니다. 레스토랑 테라스 자리에

앉아 시원한 가을바람이 부는 낭만적인 콜마르의 아경을

만끽합니다. 오늘 콜마르에서 발견한 고귀한 ‘사랑’과 ‘희

생’의 의미를 마음에 되새깁니다. 이렇게 콜마르에서의

밤은 깊어갑니다.

박혜원

소피아

서울가톨릭미술가회운영위원

‘작은베니스’ 콜마르의그리스도,

아픈영혼을어루만지다

캘리그라피

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

역대

교황님

말씀

| 베네딕도 16세교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