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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참지 못
하는 세상입니
다. 사소한 일
에흥분하고, 소
리 지르고, 폭력을 휘두릅니다. 아무 상관 없는 타인에
게, 특히사회적약자에게무턱대고화풀이를하는비열
하고어리석은사람들도있습니다. 물론화를참는것이
최선은 아닙니다. 참고 쌓아두면 한국 사람에게만 있다
는 ‘화병’에 걸리거나, 엉뚱한 곳으로 나아가거나, 어느
날한꺼번에폭발해더큰화
(禍)
를불러옵니다.
영화 <뷰티풀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의 잡지 기자인
로이드도 가슴에 화가 가득합니다. 그 화는 죽어가는 엄
마와 어린 남매를 두고 오래전에 집을 나간 아버지에 대
한미움과원망, 상처에서나온것입니다. 그는그것을고
립된 인간관계, 세상에 대한 냉소, 대화가 아닌 주장, 일
에만 몰두하기, 비판적이고 공격적인 글로 대신합니다.
그글로때론아무도못보는진실을밝혀내고, 망가진세
상을고치게하고, 연말에특집기사상까지받으면뭐합
니까. 정작 자신은 망가진 사람인데. 그가 자조
(自嘲)
하듯
‘사회 부적응자’로 아내와 어린 아들과는 점점 멀어지고,
모두가 인터뷰를 꺼리는 외톨이로 ‘악명’만 높아져 가는
데. 그런그가내키지않은한인물을만나면서바뀝니다.
어린이TV쇼<미스터로저스의이웃>의진행자로저스입
니다. 다른사람과달리로저스는 TV쇼에서 ‘좋은날, 최
고의 이웃’으로 그를 맞이해 일방적 질문과 대답
(인터뷰)
이
아닌 대화를 시작합니다. 예상 못한 상황을 처음에는 거
부하지만, TV쇼에서의로저스와실제삶에서의로저스를
보면서로이드도마음을엽니다. 화를녹여버리니소중한
가족이보이고, 아버지의사랑이보입니다.
뻔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가슴 깊이 와 닿는
것은 로저스로 분한 노배우 톰 행크스가 특유의 어눌한
말투와 동요로 전하는 메시지가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
게 위로하고, 이해하고, 쓰다듬기 때문입니다. 처음 만
난 로이드와 기꺼이 ‘이웃’이 되어 그 가족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하느님께 감사하는
겸손한모습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을 용서
하기가가장어렵습니다.” “있는그대로의모습을받아들
여 주지 않으면 아이는 자라지 않습니다. 최고의 양육은
우리가어떻게자랐는지생각해보고아이들이겪는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어
서특별합니다. 전이모습그대로를참좋아합니다.”
삶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고, 화날 일도 많습니
다. 로저스는 그럴 때, 자신과 타인을 해치지 않고 자기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은 많다고 했습니다. 찰흙 덩어리
를 주먹으로 치거나, 피아노 건반을 열 손가락으로 ‘꿍’
하고두드리거나, 전속력으로수영을하거나. 그는그렇
게했습니다. 성자
(聖者)
는아니니까요.
로이드에게서 제 모습을 봅니다. 신문기자로 글에 날
을세워찌르기에매달렸던그때는몰랐습니다. 옳고그
름을떠나그것이누군가에게상처가되고, 나의상처였
음을. 5년 전
(2016년)
가톨릭평화방송 · 평화신문의 신앙
체험 수기
(대상 수상)
를 쓰면서 다짐했지만, 이따금 글에
가시가툭툭나옵니다. 어리석게도버리지못한화가있
나봅니다. 그럴때마다기도를합니다.
2019년감독_마리엘헬러
영화 ‘뷰티풀데이인더네이버후드’
화가납니까?
이대현
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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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겸임교수, 영화평론가
영
화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