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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지금은 보스턴에서 공부하
고 있는 신부님을 처음 만난 건 기다림을 통해서였습니다.
신부님은 수도자로서 신학대학원 상담심리학 수업을 듣는
저의 제자였습니다. 우연히 보게 된, 신부님이 찍은 사진
한 장이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
는 시간, 중년의 한 남자가 오래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습니다. 신부님은 그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긴 시간 카메라를 들고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
사진을 본 계기로 신부님과 도서 「보이는 마음」의 공동 저
자로서인연을맺게되었습니다.
수도자가되기전사진작가였다는신부님은사진은기다
리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원하는 장면을 카메라 앵글에 담
기위해올지안올지도모를순간을한없이기다리는일이
라는 거지요. 기다린다는 말이 제 마음에 콕 박혔습니다.
그 후 저도 신부님의 사진을 기다려 사진에 제 글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자전거를 탄 중년 남자의 사진에는 ‘달리는
것은 바퀴인가, 자유인가’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먹고살
기쉽지않은삶을힘겹게살아가는남자가올라달리는자
전거는 단지 바퀴가 아니라 바람과 순간순간 달라지는 풍
경을느끼는자유를상징하기도하기때문이었습니다.
신부님에게 그렇게 기다리면 힘들지 않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은 원하는 한 장의 사진을 위해 기약 없
이 기다리는 일은 괴로움이 아니라 즐거움이라고 했습니
다. 우리가 하느님 닮은 삶을 살아가기를 기다리는 일도
기약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기다림은 괴로움이 아니라
즐거움일 것입니다. 누군가의 재촉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어려움과 고통을 뚫고 하느님을 내 안에 받아들이고 살아
가기를 하느님께서 말없이 기다리신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은 신부님과 사진 에세이를 함께 써나가면서였습니다. 신
부님의 사진 말에 제 글 말을 다 합한 후에도 책으로 내줄
출판사를 기다려야 했고, 출판사가 정해진 후에도 출간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으며 출간된 후에도 독자들을 만날 때
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늘 즐거웠습니
다. 신부님이 기다리는 일은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준
덕분이었습니다.
신부님과 만난 이후로 인생이란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이를 임신한 엄마는 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요. 세상에 나오면 앉기를 기다리고, 앉으면 서기
를 기다립니다. 그러다 학교에 가기를 기다리고, 취업하기
를 기다리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간 제 기다림은 늘 초조함과 불안으로 쌓여 있
었습니다. 지금알고있는걸그때도알았더라면즐겁게기
다릴수있었을텐데싶습니다. 요즘저는저를즐겁게기다
립니다. 하느님닮은좋은삶을살아가는저를즐겁게기다
리고, 가족들과 성가정을 이루는 저를 즐겁게 기다립니다.
앞으로도 기다리는 일은 늘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제속과제밖의참좋은세상을즐겁게기다립니다.
말씀
의
이삭
즐겁게기다려주시는하느님
한컷묵상
이서원
프란치스코
한국분노관리연구소장
류상애
아녜스수녀 |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대구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