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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틀’을깨면사랑도넓어진다

인간은 ‘틀짓기’를좋아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이러이러하다’, ‘이러해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는 그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벗

어난것들은비난하거나무시하거나부숴버립니다. 그것이

편안하고, 안전하며, 세상의 질서를 지켜준다고 여기기 때

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의와 상식, 보

편적가치라고정해놓은틀에는거짓과편

견, 무지와 오만, 폭력과 이기심이 숨어있

습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이

질적이고별난사랑이야기로그것을꼬집

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우리가 ‘이질적’,

‘별난’이라고 표현하는 말 자체가 이미 스

스로틀에갇혀있음을인정하는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틀’은 이렇게 생각하도록 만듭

니다.

‘1962년 남미의 지저분한 강에서 잡혀 미국 항공우주센

터 비밀 실험실로 온, 몸 전체가 두껍고 큰 비늘로 감싸인

괴생명체

(더그 존스 분)

는 아무리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다 해

도인간이아니다. 한낱괴물

(짐승)

이고자산

(물건)

일뿐이다.’

그를 해부해 우주 연구에 이용하려는 장군과 보안 책임

자인스트릭랜드

(마이클섀넌분)

는이렇게말하지요.

“우린 하느님의 모습을 본 따 만들어졌어. 우리 하느님

이 저렇게 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우리 하느님은 인

간과 똑같이 생겼다”고. 하느님의 모습은 누구도 알 수 없

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니 양서류 괴물과 실험실의 청소부

엘라이자

(샐리 호킨스 분)

의 사랑. 그것도 단순한 감정 교류를

넘어육체적사랑에감정이입이나동화되기가쉽지않겠지

요. 아무리 영화가 비현실적 판타지의 세계를 자유롭게 오

가는 것을 허락하고 상상력의 자유를 준다고 하더라도 말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

양>은 색

(빨강)

과 물방울의 환상과 상징으로 그 사랑을 고집

합니다. 언어장애를 가졌으면서도 뮤지컬 배우가 꿈인 엘

라이자는몸짓

(수화)

과계란, 음악과춤으로

괴생명체와 교감하고, 사랑의 감정을 만

들어가고, 그의 생명을 지켜주려 합니다.

동료인젤다와가난하고한물간늙은화가

자일스가 실험실에서 그를 탈출시켜 바다

로 보내주려는 그녀를 돕습니다. 그 과정

을 통해 영화는 ‘오직 우리만 별 다섯 개를

달았다’고 하는 인간 우월주의, “신은 당

(흑인, 여성)

보다 내(

백인, 남성)

모습에 더 가

깝게 생기셨지”라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비판합니다. 인간의 언어가 가장 뛰어난

소통의 수단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시간은 과거로

부터흐르는강물과같고, 사랑이란그물과같아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물은 형태를 규정하지 않습니다. 생명이 있는 곳에는 늘

존재하며, 어떤그릇이냐에따라그모양을달리합니다. 사

랑역시영화의마지막에나오는시

(詩)

의한구절처럼 ‘그대

의 모양 무언지 알 수 없지만, 어디서나 나를 감싸 흐른다’

는 것이지요. 주님의 사랑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그

래서 이 영화도 별난 이야기로 인간의 그릇, 나의 그릇에

담긴 사랑만이 아닌 세상 모든 모양의 사랑을 축복하고 싶

었는지모릅니다.

이대현

요나

|

국민대겸임교수, 영화평론가

영화칼럼

2017년감독_기예르모델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