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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말씀

십자가와분별

오늘 복음은 마침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당신에 대해 어

떻게 생각하는지 물으신 뒤의 장면입니다. 위대한 이름들

과, 심지어 베드로의 그리스도 고백까지 나온 뒤 이어지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앞일에 대해 주욱 말씀해

주십니다. 베드로는 펄쩍 뛰지만 예수님은 그에 아랑곳 않

으시고 오히려 그 십자가의 길에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누

구든지’라는그표현에서무게감마저느껴집니다.

다른 사람들과 보폭을 맞춰 매일 살아내기도 바쁠 판국

에 어떻게 십자가를 지면 좋을까요? 한때는 신앙생활의 이

름으로 성당 활동을 하는 데에 십자가가 있는 것으로 여기

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작금의 코로나 사태에서는 성당

활동이 중지되었으니 십자가를 질 수 없게 된 셈이겠지요.

어떤 이들은 매일의 삶 자체를 십자가로 해석하기도 합니

다. 그렇지만매일의삶은신자여부와무관하게누구든살

아내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외적으로 행한 내용보다 더

욱 십자가에 있어 관건이 되는 것은 제2독서에 나오는 ‘분

별’입니다.

분별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기초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닥치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충동이 이는 대로 살 수 없습

니다. 그보다는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

이완전한것인지분별’하면서살아야합니다. 외관상신자

비신자가 구분 없이 이 일상을 살아가지만, 이 세상의 나

그네인 그리스도인들은 내면에서부터 끊임없이 자신이 갈

길을 구분해 내고, 결국에는 그 길을 걷습니다. 그러다 보

니 어떨 때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내면에서부터 다른 마음

가짐으로 하고, 어떨 때는 바보 같아 보이고 져주는 선택,

배려와 사랑과 너그러움의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하느님 마음에 들겠기에, 선하고 더 완전하겠기에 그렇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 분별하

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으로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

가를 지게 됩니다. 내게 무엇이 더 유익한가 하는 판단이

아니라, 하느님 보시기에 무엇이 더 좋은가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우리를 예수님의 제자가 되게 합니다. 결국 주님도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는” 그 마음 안에서 기꺼이 십자가

를 지셨으니까요. 부지런히 분별해내고 그 판단에 따르기

싫어하는 나 자신과 싸우는 무장한 삶이 곧 “제 십자가를

지고나를따라라.” 하신예수님의제자로사는삶입니다.

그 분별의 출발은 계명이나 의무에 연관된 것이기보다

오히려 하느님에 대한 사랑에 연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

을 내어주시는 사랑으로 우리를 대하시고 지금도 나를 이

끌고 계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하고자, 그분 마음에 들

도록살기위해마음을쓰는가운데, 우리는십자가를지게

됩니다.

한 무리의 신자들이 남한산성 순교성지에 있는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예수

님께서는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며 사람들을 사랑하시며 무거운 짐을 진 이들은 모두 당신께 오라

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하느님 아버지의 뜻처럼 제 십자가를 지고, 죽기까지 사랑으로 짊어지고 살

아갈 것을 십자가의 길에서 다짐합니다.

김대환

안드레아

|

가톨릭사진가회

“누구든지내뒤를따라오려면, 자신을버리고제십자가를지고

나를따라야한다.”

(마태 16,24)

사진

설명

손경락

사도요한신부 | 국내수학

남한산성순교성지. 경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