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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의
이삭
미안, 엄마가더노력할게
“바보같이그걸왜못해!”
아이가제눈을빤히봅니다. ‘아차, 또말실수!’
제 속에 쌓아온 무의식적이고 암묵적인 편견이 작동하
는 데는 0.1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다른 이의 무심한 말에
는 날 선 반응을 하지만 정작 제가 내는 일상의 말을 깨닫
는것은참어렵습니다. 반성을거듭하지만, 차별의감각은
깊게숨어있다가뜻하지않은순간에튀어나옵니다. 제아
이는자폐성발달장애인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을 보며, 누구의 잘못으로 저
렇게 태어났는지 묻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대답하십
니다. “저사람이죄를지은것도아니고그부모가죄를지
은 것도 아니다.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드러나려고
그리된것이다.”
(요한 9,3)
아이의장애가제탓이라는죄책감
으로 짓눌려 있을 때, 이 말씀이 제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
었는지모릅니다. 그러나저자신을향한죄의무게를덜고
아이를 향한 안타까움이 잠잠히 가라앉고 난 후, 저는 ‘하
느님의일’이무엇일까궁금해졌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미사 봉헌은 매주 겪어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입니다. 조용한 숲속에서 갑자기 새가 울며 날아오
르듯, 또는잔잔한호수위에느닷없이던져진돌멩이가일
으키는 파문처럼 뭇 시선을 사로잡는 아이의 몸짓 때문입
니다. 미사라는 거룩한 예식에서 아이의 행동은 얼마만큼
허용되는 것인지 매번 고민하곤 합니다. 때로 그러한 걱정
을 하는 처지가 화가 나서 아이를 지나치게 다그치기도 하
지요. 그러나미사내내불편하던저의마음을녹여내는기
적같은시간이있습니다. 성체를모시기전서로에게건네
는 평화의 인사입니다. “평화를 빕니다.” 주변의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미소로 인사를 나누는 행위는 서로가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뜻이지요. 이로써 저에게도 평화가
찾아오고 ‘하느님의일’이드러났음을깨닫게됩니다.
용기를 내어 아이와 함께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는 이유
는 그분이 우리를 모습과 처지, 능력으로 판단하지 않으시
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장애인인 이 아이에게도, 이주노동
자에게도, 난민에게도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십니다. ‘하느
님의 일’이란 ‘가장 작은 이들’
(마태 25,40)
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와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동정과 연민
을넘어서는, 모든인간의존엄성에관한것입니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달라집니다. 그럼에도 아직
저는 종종 뿌리 깊은 차별의 언어로 아이를 속상하게 만들
지요. 오늘도 눈과 귀와 입, 그리고 마음의 겸손을 청해 봅
니다.
장경희
루치아
장애인주일학교자모회, 명동성당
이배은
그라시아
쑥고개성당
나를이끄는
성경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