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에게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는 장소가 있을
것입니다. 그 추억의 장소에 가면 무엇 때문인지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주기에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찾아가 보아
도 설레고, 예전의 힘들었던 시간도 추억으로 기억하고 웃
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곳이 고향
이 될 수 있고, 때로는 어떤 특별한 장소일 수 있을 것입니
다. 저에게는 이런 좋은 추억의 장소, 그리움의 장소로 자
리하고있는곳이 ‘혜화동신학교’입니다.
함께땀을흘리면서운동했던곳, 계절의변화에맞추어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는 나무들, 선배들이 다 외출하고
외출이 허락되지 않던 저학년 시절에 은행나무에서 은행
을 따면서 그 냄새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 은행을 따면서
웃고 즐겼던 시간들…. 그때 함께 기도하고, 고민하며 공
부했던 추억의 시간이 있기에 지금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저에겐 커다란 힘이 됩니다. 그래서 가끔 신학교에서의 연
수 기간과 피정의 시간이 되면 긴장이 풀려 그냥 잠이 쏟
아지듯그렇게편하고좋았답니다.
이렇게 그리움을 가져다주는 곳, 혜화동을 생각하면 또
한 분이 떠오릅니다. 바로 혜화동 할아버지 김수환 스테파
노추기경님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혜
화동 할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추기경님.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그것을 모르
고 있으니 자신을 ‘바보’라 칭하셨던 김수환 추기경님. 이
렇게 그리운 혜화동 할아버지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이세상을떠나신지벌써 10년이라는시간이흘렀습니다.
‘바보의나눔’ 재단에서일하면서그분이정말세상안에
서 함께 하고자 하셨던 그 마음과 정신을 내가 제대로 실
현하고 있는지 저 자신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
다. 그러면서 추기경님이 하신 말씀 “형제자매 여러분, 여
러분의 기도와 사랑, 희생과 봉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도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기도로써 보답하겠습니
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기억합니다.
추기경님의 아이와 같은 아름다운 미소가 단순히 그냥
한번 보고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모습이 아니라, 이 세상 안
에서 함께하는 이들에게 편안함과 위로의 웃음으로 계속
자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이 10주년이 과거의 기
억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낼 수 있는
그런추억의시간이었으면합니다.
우창원
아우구스티노신부
|
(재)바보의나눔사무총장
김수환스테파노추기경
선종 10주년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00.5.27_산책(혜화동 주교관 앞)
추기경님 은퇴 후 혜화동 주교관에서
그리운 혜화동 할아버지
제목에사용된서체:
‘
김수환추기경서체
’
김수환추기경의육필원고를원도삼아가톨릭출판사에서디지털폰트로개발했다.
※전문가를통해검증받은육필원고
(김수환추기경전집, 가톨릭출판사 2001년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