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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림동약현성당의

‘순교자현양탑’

보물

우리곁의

중림동약현성당은 1892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벽돌조 서양식 교회 건축물입니다. 약현

(藥峴)

은 이 언덕에

약초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명동대성당을 설계한

코스트신부의 설계로 1891년 공사를 시작하여 이듬해 완

성하였습니다. 중림동약현성당 아래에는 서소문 밖 네거

리로 사형장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1801년 이후에 100명

이넘는교우들이순교하였습니다. 그분들중성정하상바

오로와성남종삼요한을포함한마흔네분이한국천주교

200주년이되던 1984년 5월 6일에시성되었습니다.

서울대교구와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에서는 이를 기념

하기위해 1984년 12월서소문순교성지에현양탑을건립

했습니다. 탑의 조각은 미술가 임송자

(릿다,1940~)

가 하였습

니다. 그러나 1996년 서울시의 자원재활용처리장 시설공

사를 위해 철거되었다가 1998년에 중림동약현성당의 동산

자리에 재설치 되었습니다. 원래 탑의 윗부분은 삼각형 꼭

짓점처럼 뾰족하였지만 지금은 그곳이 잘려나간 상태입니

다. 다행히탑에있던부조작품들은손상되지않았습니다.

복원된 순교자 현양탑은 신자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습

니다. 그러나이탑에는박해시기에온갖어려움속에서도

하느님께대한믿음과기도, 공부와성사생활을소홀히하

지않은신앙선조들을만날수있습니다. 삼위일체이신하

느님을 상징하는 세 면의 대리석에는 7개의 고부조가 붙어

있습니다. 교회 미술에서 7은 칠성사를 상징합니다. 순교

자 탑의 외적 형태와 부조를 보면 칠성사를 통해서 삼위일

체이신하느님께다가갈수있다는것을알려줍니다.

부조에 새겨진 작품을 왼쪽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

니다. ‘이승훈이 이벽에게 세례를 주는 장면’과 ‘명도회의

교리 공부’, ‘서소문에서 순교한 동정 순교자 성 김효임 골

룸바와 김효주 아녜스 자매’, ‘순교자들의 고문 장면’, ‘어머

니와아기가생이별하는모습’, ‘주문모야고보신부의고해

성사집전’, ‘옹기촌에서묵주기도하는신자들’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순교의 현장으로 끌려가기 전에 아기와 생

이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다른 여인의 품에 안긴 아기는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칩니다.하느님께대한굳은신앙을지키기위해먼길

을떠나는어머니의표정에서한없는슬픔과고통을엿볼수

있습니다. 또한 박해를 피해 산 속에 들어가 옹기를 구워 팔

며살던사람들이묵주기도문을담은매괴경

(

㧏ᘬៃ

)

을펼쳐놓

고열심히기도하는모습도인상적입니다. 임송자작가는 “순

교자현양탑의부조는우리나라교회역사중박해를받았던

100년을표현한것입니다. 사람들이탑을한바퀴돌면서기

도할수있는공간을만들고싶었습니다.그래서탑주변을낮

게 만들었고 부조도 사람들의 눈높이에 두었습니다”라며 제

작때를회상했습니다. 순교자현양탑의부조는오늘날우리

의신앙이선조들의무수한기도와희생을통해서이어져왔

다는것을일깨워줍니다. 생명을바치면서까지믿음을증언

해주신신앙선조들이있었기때문에지금우리는이렇게신

앙생활을할수있습니다. 우리안에서그분들의굳은신앙은

여전히살아움직이고있다는것을이탑앞에서다시깨닫게

됩니다.

정웅모

에밀리오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유물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