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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불의에 침묵할 수 없습니다”

“교회는생명의기본권을억압당하는사람들의목소리를대변해줄의무가있으며이세상의가난한사람들과위협당하고멸시

받으며인권이유린당하고있는사람들편에서복음을외칩니다. 연약하고방어능력이없는수많은사람들, 특히태어나지않은

아기들의생명에관한기본권이짓밟히고있습니다.교회는이러한불의에침묵할수없습니다.”

(생명의복음5항)

글_

생명위원회

생명운동

이제 더 이상 고해성사를 받을 힘조차 없다. 벌써 몇 번

째 같은 죄를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 죄스러움보다 좌절감

이 더 크게 나를 지배해 왔다. 필립보 네리 신부님은 이런

나에게 또 고해성사를 주실까? ‘만약 단 한 명의 신자라도

성당에 왔다가 고해 사제가 없어서 되돌아간다면, 고귀한

한 영혼이 회개할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말했던신부님은오늘도한영혼이라도놓칠세라, 누구든지

신부님을 찾을 수 있도록 성당 마당을 서성이며 기도하고

계셨다. 신부님의 모습이 보이자 내 눈에는 참아왔던 눈물

이 솟구쳐 올랐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매번 나에게 고해

성사를주시는신부님께대한죄스러움이하염없이흘렀다.

“신부님! 이 죄에서 벗어날 거라는 희망이 없습니다. 제

가 계속 고해성사를 받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어차

피또죄를지을텐데요.”

“자신을 믿지 말고 하느님의 자비를 믿으세요. 그럼, 분

명히 그 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그 과정에 하느님

께서 늘 함께하실 테니 이제 슬퍼하지 말고 기뻐하십시오.

하느님과함께인사람은슬플수가없지않습니까?”

내가 신부님을 처음 봤을 때도 신부님은 지금처럼 웃고

계셨다. 사업가의 길을 포기하고 우리 동네에 오셔서 가난

한 이들, 특히 어린 아이들과 함께하시면서 늘 웃으셨다.

그렇게 기쁨 속에 살던 신부님은 얼마 전, 36살의 나이에

사제서품을 받으셨고 오라토리오회

(기도의 집)

라는 공동체를

이끌기 시작하셨다. 그날 이후, 나 역시 오라토리오회에서

신부님과 신부님을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기도하고, 이야

기하고, 때론 산책을 하면서 기쁨 속에 살고 있다. 그러자

차츰, 나의고질병과도같았던죄에서도벗어날수있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오라토리오회에 머물렀고 신부님

을존경하는사람들도날로늘어갔다. 대음악가인발레스

트리나, 종교인인 이냐시오, 카롤로는 물론이고 교황 레오

11세까지도 필립보 네리 신부님을 찾았다. 신부님을 알고

있다는것만으로내어깨가으쓱거리던어느날, 신부님방

에서기도소리가들렸다.

“거두어 주십시오.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은총의 물결

을그만멈추어주십시오.”

며칠 후, 신부님은 수염을 반쪽만 깎고 사람들 앞에 나타

나셨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사람들은 깔깔거리며 웃었

지만모두알고있었다. 끊임없이겸손하고자하시는신부님

의 마음을, 자신보다는 하느님께서 높아지셔야 함을 알려주

고자 하심을 말이다. 늘 기쁨과 유머로 사람들을 웃게 하시

는 신부님이지만 그 누구도 신부님을 우스운 사람으로 생각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기쁨의 근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톨릭

성인의

기쁨이덕이되어

성필립보네리

글_

서희정

마리아

| 그림_

홍미현

세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