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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이란 명분하에

정부가 강력하게 주도한 산아 제한 정책과 산업화, 도

시화로 인한 급격한 사회 변화 현상으로 인해 현재 세

계에서 손꼽히는 저출산국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낙

태죄 폐지 관련 사회적 논의도 활발합니다. 그러나 어

떠한 경우에도 교회는 잉태된 생명, 즉 인간배아도 온

전한 인간이며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약하

고 힘없는 생명을 마음대로 없앨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

다고분명하게가르치고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배아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우리 주변에 존재하면서 때로는 성가시거나 귀찮게 하

는 약한 존재를 받아들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

다”

(「찬미받으소서」 120항)

고 언급하셨습니다. 스스로를 보호

할 힘이 없는 태아는 우리가 돌봐야 할 가장 약한 존재

이며또한가장소중한생명입니다.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경제력이

없고 비생산적이고 무력한 사람, 병들고 노쇠한 사람은

사회에서 제거되어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

릅니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어

가장 약한 모습으로 오신 구세주 성탄의 신비를 묵상하

며, 우리 구원에 필요한 덕인 겸손을 잊지 않았으면 좋

겠습니다. 겸손한 마음은 나 아닌 다른 생명을 존중할

줄 알고, 주변의 아픔과 고통에 귀 기울이고 공감할 줄

아는 마음입니다. 이 겸손한 마음은 일치와 친교의 출

발점입니다. 이를 위해 특별히 지도자들의 책임이 더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선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정치인들은 부디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

한 근본 토대가 ‘생명 존중’임을 잊지 말기를 부탁드립

니다.

우리 교회도 예수님의 겸손을 본받아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길을 좀 더 확신 있게 걸어가야 하

겠습니다. 힘없고 가난한 노인들, 기댈 곳 없는 이민자

들, 열악한 환경에 놓여 생명마저 위협받는 노동자들,

폭력에 내몰린 아동들과 여성들, 일자리가 없어 희망마

저 잃어버린 청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앞장서서 주변의 어렵고 소외

된이웃을돌보고, 그들의손을잡아주어야합니다.

평신도 희년 중에 있는 우리 한국교회가 생명 보호

와 사랑 실천을 촉구하는 데에 평신도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합니다. 우리의 작은 걸음 하나하나가 주님께서 탄

생의 신비로써 전하신 세상의 작고 약한 것에 대한 사

랑과 존중을 실현토록 할 것입니다. 특별히 2018년도

사목교서 주제인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을 기억하

며 우리 각자의 삶에서 좋은 사랑의 열매를 풍성하게

맺도록해야하겠습니다.

우리 교회는 성탄의 신비가 이끄는 신앙의 기쁨과

희망을 지키고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여

러 현실의 유혹에도 굳건하게 참 생명을 수호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성탄이 우리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진정한 우리 모두

의성탄축제가될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다시 한 번 기뻐하며 하느님

의 은총과 사랑이 이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충만히 내

리시기를기도합니다. 또한우리민족을축복해주시고,

남북이 진정으로 화해를 이루어 하루빨리 한반도에 평

화의 날이 올 수 있도록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의 전

구를청합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교구장염수정안드레아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