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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시간이
고 역사입니다.
누군가가 지나
가고, 또지나가
야만 생깁니다. 길에는 그곳을 지나간 수많은 생명들의
삶과시간이스며있습니다. 길은거기있어서걷는것이
아니라, 걸어가서 있게 되는 것입니다. 길은 길로 이어
져 가다 보면 다른 길과 만나고, 어디쯤에서는 작은 길
이 큰길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런 ‘길 위의 날들’이 인생
이기도합니다.
길을걷는목적이오로지이동이라면, 걷는것은어리
석은 선택일지 모릅니다. 인간에게는 가장 원초적인 힘
인 두 다리보다는 얼마든지 효율적인 다른 수단이 있습
니다. 편안히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갈증과허기, 추위와더위에시달리며험한산
길을걸을이유가없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걸었습니다. <나의 산티아고>
의 독일 인기 코미디언 하페는 800㎞의 산티아고 고행
에나섰고, <와일드>의주인공인미국여성작가셰릴은
장장 4,285㎞의 아메리카 산악길인 퍼시픽 크레스트 트
레일을혼자걸었습니다. 그들뿐만아닙니다. 수많은사
람들이그길을걸었고, 또걷고있습니다.
과로로 쓰러진 하페에게 그것은 휴식도, 여행도 아닙
니다. 순례자 흉내를 내고 싶었던 것은 더더욱 아닙니
다. 세상의 어느 길을 선택하든 길은 걷는 자에게 ‘당신
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하페는 수많은 순
례자들이 흘린 땀과 눈물, 환희와 절망이 만들고 지킨
멀고험한산티아고길에서그답을찾으려했습니다.
야고보 사도의 발자취가 남은 성스러운 길은 어떤 약
속도 하지 않은 채 가진 것부터 모두 버리라고 말합니
다. 배낭에들어있는불필요한것들을버리듯욕심을버
리고, 생각을 버리고, 시간까지 버리라고. 앞서 그 길을
걸었던 브라질 소설가 코엘류도 “늘 우리를 이끌어주는
손이 있음을 믿고 매 순간 우리 시간을 온전히 내맡기
라.”고했습니다.
그렇게 회의와 고통과 눈물의 여정이 육체의 한계를
넘어 조금씩 믿음과 기쁨과 깨달음으로 변해갈 때 길은
나에게살아있는존재가됩니다. 그순간마른하늘에벼
락이 치듯 하페는 눈물을 쏟아냅니다. 그는 그것을 “신
과의 인격적인 만남”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우리도 그와 같은 속도로 걷고, 헉헉대고, 쓰러지면서
하루하루를 함께 합니다. 빨강머리의 영국 여자 앤, 마
음이넉넉한뉴질랜드중년여성쉴라도함께만납니다.
영화가 이따금 담아낸 감탄을 자아낼만한 풍경 역시 눈
이아닌마음에담습니다.
길은 사유와 자유를 이어줍니다. 샛길을 어슬렁거려
도, 가다가 멈춰서도, 가던 길을 되돌아와도, 길을 잃
고헤매도, 거기에는성찰과사색과주님과의대화가있
습니다.
영화와 책이 아무리 느리게 걷더라도 그것들을
오롯이 담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영상으로 지나가는
길, 글로 걷는 길보다는 느리고 힘들지만 직접 그 길을
걸으려하는지모릅니다. 저마다인생이다르듯그걸음
또한 저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의 버킷리스트에도
‘산티아고로가는길’이있습니다. 코로나팬데믹으로당
연히 누릴 수 있다고 여겼던 것들조차 멀어지면서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후회는늘머뭇거림에서오나봅니다.
영화 ‘나의산티아고’
왜, 그길을걷는가?
이대현
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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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겸임교수, 영화평론가
영
화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