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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에게 공지하신 바 있었는데, 현재 광주지역의

불행한 사태를 위해 기도를 부탁한다는 새로운 청원

을 하셨습니다. 이 자리에서 추기경께서는 숫자를

알 수 없는 사상자들을 낸 유혈사태

를 분명하게 언급하시며, 광

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명시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시 언론이 모두 통제되는 상황

에서 이런 언급은 서울주보가 아니면

불가능했을것이라생각합니다.

그 당시, 확인되지 않은 뉴스는

SNS

가 발달한 오늘에 못지않게 무분별하게

폭주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보도가 사람들을 더욱 불안

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것 같습니다.

1980

6

월 8일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

일 주보

2

면에 ‘구호보다 올바른 인식을’ 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

다. 주보는 지난주 명동대성당에서 사회복지회 주

관으로 광주사태 중상자들을 위해 헌혈이 실시되었

고, 수집된 혈액 및 약품과 함께 간호 수녀

8

명과 의

사인 교구소속 김중호 신부가 광주로 급파되었다고

전합니다. 이 언급만 보더라도 광주의 상황이 얼마

나 심각한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알려진 소식이지만 당시 광주에서 혈액이

모자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수의 사람들이 헌혈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그

때 광주에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헌혈뿐이라며 윤락여성들도 헌혈대열에 참여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당시의 광주 상

황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광주인사

들은 서울대교구에서 급파된 신부·수녀들에게 자신

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의료지원이 아니라 광주의

진실을 올바르게 알리는 것이라 말했다는 소식을

주보는 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당시의 언론을 통해서는 정확한 피해자 수는

물론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조차도 보도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서울주보가 광주민주화운동을 한

국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불행한 사건

이라 규정한 점은 당시 시대 상황을 감안할 때, 용감

하다는 말로는 설명을 다 할 수 없는 의의라고 생각

합니다. 모든 한국 언론에 재갈이 물려 광주라는 단

어조차 올리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서울주보가 이런

주장을 실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40

년 전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사건이 현재 군부가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

는 미얀마의 불행한 사태와 똑 닮아 참 마음이 아픕

니다.

미얀마시위

(사진출처: BBCNEWS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