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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말씀

등산과치킨에관한단상

(斷想)

얼마 전 조카들이 친구들도 제대로 만나지 못해 집에서

답답해하는 것 같아서 함께 산에 가자고 제가 먼저 제안했

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등산이 아니라 둘레길 산책이었

지만 초등학생에게는 꽤 힘들었나 봅니다. 함께 걷는 내내

툴툴거렸던 녀석들에게 사제관으로 돌아와 치킨을 시켜주

니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웁니다. 그리고 며칠 뒤, 한 녀석에

게 전화가 왔습니다. “삼촌, 그때 먹었던 치킨이 최고로 맛

있었어요. 어느 집 치킨이에요?” 사실 등산 후 허기짐 때

문에 치킨이 맛있게 느껴졌던 것인데, 이 상관관계를 이해

하지 못하고 던진 어린 조카의 질문이 귀엽고 사랑스럽기

만 합니다. 어쩌면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모습

일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희생과 고통과 인내

없이열매와위로와영광만을찾는모습입니다.

이번 주일 복음

(요한 12,20-33)

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십

자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고뇌하시는 모습이 소개됩니

다. 하지만 성자께서는 성부의 영광을 위해, 우리의 구원

을 위해 수난과 고통과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십니다.

아울러 당신 제자들을 향해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

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

다.”

(요한 12,24)

고 말씀하신 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

께 있을 것이다.”

(요한 12,26)

라고 덧붙이십니다. 이처럼 주

님을 섬긴다는 것은 그분을 따르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

러면 그분을 따르는 것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을 따른다

는 것은 그분 생애를 본받는 것, 그분의 삶을 나도 살아보

려 노력하는 것, 그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기

위해 나 또한 나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등산과 치킨’ 이야기를 그리스도의 거룩한 죽음

과 부활에 견줄 수는 없습니다. 이 같은 직접적인 비유

는 자칫 왜곡되어 이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신앙생활 중 갖게 되는 우리 자신

의 모습에 빗대어 보면 어떨까요? 우리의 신앙생활이 지

향하는 바가 ‘아무개 신부님의 미사와 강론은 특별하다.’,

‘어떤 기도를 바치면 은총이 많이 주어진다.’, ‘특정 기도

모임 혹은 성지를 가면 하는 일이 모두 잘 풀린다.’라는

식의 마음가짐은 아닌지요? 예수님은 화려하며 넓은 꽃

길보다 초라하며 좁은 가시밭길을 걸으셨습니다. 그러

므로 우리의 소박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버겁게만 느

껴지는 삶의 무게를 그날그날의 십자가로 여기며 묵묵히

짊어진다면, 즉 희생과 고통과 인내를 살아간다면 그곳

에서 어느새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동참

하게 될 것입니다.

김상우

바오로신부 | 가톨릭대학교성신교정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 아버지 뜻에 순종하신 높은 십자가 위의 예

수님께서 제 마음으로 내려오시어 말씀하십니다. “나는 바로 너를 위해서 왔단다. 너의 허물을 용

서하고, 너의 죄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겠다.” 주님 음성에 수줍게 소리내어 고백합니다.

“주님! 저의 하느님!”

국성순

마리아

|

가톨릭사진가회

“저는바로이때를위하여온것입니다.”

(요한 12,27)

사진

설명

솔뫼성지, 충남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