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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김대건·최양업 신부님탄생

주님은 ‘말씀’으로 오십니다. 말씀 가운데에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것들을 일깨우십니다. 그 말씀을 가벼이 여기

거나, 외면하거나, 잊고 있거나, 거스를 때 눈앞에 진실을

보이시고는 “이래도 모르겠느냐”고 호통을 치십니다. 그렇

게 머리를 세차게 얻어맞고서야 비로소 어리석은 인간은

깨닫게됩니다.

미국 최대 낙태 클리닉인 가족계획연맹의 상담사로 일

한 애비 존슨

(애슐리 브래처 분)

도 그랬습니다. 매주 교회에 나

가 주님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낙태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

려 ‘위기에 처한 여성을 돕는’ 것이고,

‘나의 정체성’이라는 신념으로 더욱 그

일에 열정적으로 매달렸습니다. 자신이

두 번의 낙태로 엄청난 고통과 분노, 자

책과 죄의식을 경험했음에도 여성의 자

기 결정권을 강조하면서 임신부 2만여

명을 수술실로 들어가도록 설득했습니

다. 그 공로로 최연소 클리닉 소장에까

지올랐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주님은 호된 충격을

주십니다. 처음으로 들어간 수술실에서 초음파 화면에 잡

힌 머리와 팔다리가 또렷한 13주 태아가 살기 위해 수술

흡입관을피해필사적으로몸부림치지만결국빨려들어가

핏덩이로 나오는 모습을 보게 하십니다. 그녀는 오열합니

다. 지금껏 그녀가 우겨왔던 ‘아직 고통도 못 느끼는 세포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 아닌 ‘아주 작지만 완벽한 아기’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자부심은 수치심, 믿음은

배신, 일터는 감옥, 일은 죄가 되었습니다. 사실 주님은 그

녀가 그 일을 시작할 때부터 다른 사람을 통해 ‘말씀’을 주

셨습니다. “넌 수정된 순간부터 우리 딸이었어.”

(어머니)

, “도

덕성에 대한 기준이 과학발전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거야?”

(남편)

, “우리가 자궁 안의 고요함 속에 있을 때도 하느님께

서는우리를계속창조하고계십니다.”

(목사)

단지 듣지 못했고, 들으려고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

렇게 오랜 시간 마음의 감옥, 양심의 감옥에 갇혀 있다 탈

출하면서 그녀는 죄의 무게를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 눈

물과 참회로 용서를 구했고, 태어나지

못한 자신의 두 아이를 비롯해 자신이

죽음으로 몰아넣은 수많은 태아들의 영

혼을 위해 기도했고, 생명운동에 뛰어

들었습니다.

<언플랜드>는애비의실제삶과경험

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소 과장

과 윤색은 있겠지만, 영화의 모습들은

‘현실’이고 ‘사실’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시작하면서 애비가 말했듯이 누군가에

게는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이

고, 모습입니다. 더구나 낙태를 폭넓게

허용하려는우리의현실과는반대의목소리를내고있으니

까요.

<언플랜드>는 인간이 만든 법으로 낙태가 죄냐, 아니냐

를따지려는것이아닙니다.

태아는 소중한 생명이고 주님의 섭리

(시편 139)

이며, 어떤

이유로든 그것을 함부로 팽개치는 죄인이 되어서는 안 된

다고말합니다. 하느님의법이인간의법과같을수는없습

니다.

이대현

요나

|

국민대겸임교수, 영화평론가

영화칼럼

2019년감독_척콘젤만·캐리솔로몬

‘언플랜드 (Unplanned)’

이것을보고도모르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