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ٱ ؽ
말씀
의
이삭
아버지의장례미사
김상수
요셉
| 야구선수
작년 8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제 인생의 길잡이셨습니다. 야구를 시작한 것
도 아버지 덕분이었습니다. 야구 선수였던 아버지께서 유
니폼을 입으신 모습이 어린 제게는 무척 멋져 보였고, 그
런 아버지를 보면서 야구 글러브를 장난감 삼아서 놀던 제
가 야구를 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포지
션도 아버지를 따라 유격수로 정했습니다. 야구를 하면서
도 아버지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야구가 잘 안 풀릴 때
면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했고 그러면 꼭 좋은 결과로 이
어지곤 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간암 수술을 하시고 회복되시나 했더니,
암이 전이되어 재발했습니다. 아버지의 투병 중 저는 어
떻게든 한 경기라도 더 뛰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도 부상으
로 힘들 때였지만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야구선수 아들’ 모
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동생도 마침
본인이 좋아하던 음악 활동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해 방송
에도 출연하면서, 역시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노래하는 아
들’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
런 저희 모습을 보시며 행복해하셨고, 그 때문인지 의사의
예상보다 훨씬 오래 버텨주셨습니다.
아버지는 삶의 마지막을 호스피스 병동에서 보내셨는
데, 지켜보던 저와 어머니가 감탄할 정도로 평화롭게 떠나
실 준비를 하셨습니다. 저는 다행히도 아버지의 마지막 며
칠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시즌 중이었지만 제가 컨디션
이 좋지 않아 4~5일 쉬는 기간이 있었고, 덕분에 선종하
시던 날은 제가 아버지 옆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날
이었습니다. 왜 진작 시간을 내서 더 오래 같이 있어 드리
지 못했을까 후회가 되었지만, 그래도 모든 일이 저를 위
한 하느님의 섭리였던 것 같아 감사합니다. 마침 근육에
문제가 생겨서 휴식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아버
지 옆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 테고 어쩌면
임종도 지킬 수 없었을 테니까요.
아버지의 장례미사 역시 제게 아주 감동적이고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여러 신부님께서 공동으로 집전해 주시
는 미사에, 정말 많은 신자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장례미사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위해 계속해서 위
령기도를 바쳐주시고, 어머니와 저희 형제를 위로해 주시
며 슬픔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평소에 아버지께서 제게 직
접 표현하지 않으셨던 마음을 신부님의 강론을 통해 전해
들으며 아버지의 사랑을 새삼 느꼈습니다. 워낙 어릴 때
부터 운동을 하다 보니 본당 활동을 하지 않아 공동체적인
신앙생활을 별로 경험하지 못했었는데, 아버지의 장례미
사를 통해 제가 신앙공동체에 속해있다는 기쁨과 위안 또
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가시는 길에
서조차 저에게 신앙의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감사한 경험은 제가 더 열심히 살고, 더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신서영
라파엘라
의정부교구마석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