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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보

생명

말씀

떼어놓을수없는사랑, 순교

한국교회는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지냅니다. ‘순교

(殉敎)

라는 말에서 ‘따라 죽을 순

(殉)

’은 죽을사변부 뼈앙상할 알

(

)

과 열흘 순

(旬)

이 합쳐진 형성글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자어를 풀이하여 순교를 “교회를 위해, 그 가르침을 위

해서 열흘도 못 기다리고 따라 죽는다”라고 얘기합니다.

또한 ‘성월

(聖月)

’은한달을성화시키기위해마련한것으로,

이 둘을 합하면 “순교자들을 생각하며 열흘도 못 기다리

는마음으로한결같이한달을보낸다”고말할수있겠습니

다. 순교자 성월은 한국교회에서 지내는 특별한 성월 신심

입니다. 순교자 성월은 본래 1925년 7월 5일 79위 순교복

자가 탄생하면서, 이듬해에 복자들이 가장 많이 순교한 9

월 26일을 “한국치명복자 79위첨례”로정하여서서히발

전해 갔습니다. 1939년 기해박해 100주년을 지내면서 순

교자현양사업을통해순교신심을강화하였고, 1940년부

터 매달 첫 주일을 ‘복자 공경 주일’로 지냈습니다. ‘복자 성

월’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1941년 ‘경향잡지’

에서부터입니다. 그때부터 9월을 복자 성월로 지내면서 한

달 동안 한국 순교자들을 특별히 공경하였습니다. 1984년

103위 복자가 모두 성인이 되면서 순교자 성월로 명칭이

바뀌었고, 그 기념 날짜도 9월 20일로 옮겨서 오늘날처럼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순교자 성월이라는 말을 쓴 지

는겨우 36년밖에안되지만, 실제로는 95년이넘게우리는

한국순교자들, 복자와성인들을공경하고있었습니다.

얼마 전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준비하면서 순

교자에 대한 의식 조사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신부

님은 박해의 상황이 찾아오면 순교를 할 수 있는지요?” 저

는 이 질문을 받고 나서, 그래도 한국 교회사와 순교자에

대한역사를오랫동안공부한사제로서잠시머뭇거리다가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할 것 같은데요.” 하고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순교자들의역사를발굴하고공부하면서눈

시울이 적셔질 만큼 감동하면서도 정작 고난의 상황에 직

면하면,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는 유다의 말과 태도

를갖게됩니다.

해마다 순교자 성월에는 성지순례도 다니고, 특강을 들

을 기회도 생깁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어려

운 상황을 맞아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시중에 나와 있는 교회사 관련 서적을 찾아 하나씩 읽어보

셨으면 합니다. 우리 선조들도 그렇게 눈으로 읽고, 손으

로필사해가면서, 입으로전하고, 발로찾아가며선교를했

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주님을 위해 순교”

(위주치명爲主致命)

할수있었던것은복음에대한확신때문이었습니다. 해마

다 듣는 대축일 독서와 복음이지만, 올해에야말로 로마서

의한대목이더다가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

까?” 아멘.

한국의 수많은 순교 성인들이 나비로 형상화되어 하늘나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이여, 주님의 뜻에 살고자 하는 저희가 길에서 벗어날지라도 다시 주

님만을보면서살아갈수있도록지켜주시고보호하여주시옵소서.

김문숙

요셉피나

|

가톨릭사진가회

“누구든지내뒤를따라오려면,

자신을버리고날마다제십자가를지고나를따라야한다.

나때문에자기목숨을잃는그사람은목숨을구할것이다.”

(루카 9,23-24)

사진

설명

조한건

프란치스코신부 |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