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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때, 한해학비를내지못해 2학년반배

정을 받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둘 상황에 처한 적이 있습니

다. 어머니는 어떻게든 학비를 마련하려 백방으로 노력하

셨지만, 가난한 저희에게 돈을 빌려줄 곳은 없었지요. 현

실을 알았던 저는, 공부에 뜻도 없으니 공장에라도 취직할

생각으로 구인 광고를 보곤 했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2학

년첫날, 학교에간친구들과는달리저는집에서일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그날 저녁 학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2학

년 3반으로 배정됐으니 내일부터 나오라는 것이었지요. 그

렇게 갑자기 학교를 계속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역사선생님으로부터저와관련된한이야기를듣게되

었습니다.

학기가 시작한 첫날, 수녀님 한 분이 화가 난 표정으로

교무실에 들어오셨답니다. 가장 높은 선생님이 누구냐고

물으시고는 그 자리로 가셔서 봉투 하나를 책상 위에 ‘쾅!’

하고놓고는화를내셨다는겁니다.

“돈을 내지 못했다고 학생을 오지 못하게 하는 곳이 학

교입니까!”

그렇게 떠나신 수녀님이 남긴 봉투는 지난 1년 치 학비

였습니다. 어려운 형편의 학생에게 등록금을 지원한다는

한 수녀원 소식을 들은 어머니께서 그 수녀원에 찾아가 사

정을 하셨던 거지요. 사실 저희 집은 가난했지만, 부모님

두 분 모두 일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지원을 받을 자격이

되지 않았습니다. 수녀원에서도 사정은 딱하나 자격이 되

지않아도와줄수없다고하였지만, 어머니는하느님께간

절히 청하고 또 청하셨습니다. 마치 한밤중에 빵을 구하러

온 친구처럼 말이죠

(루카 11,5-8 참조)

. 그 간절함 때문이었는

지수녀원에서도움을줄수있게되었는데, 이상하게도지

원금을 저희 어머니께 주시지 않고, 수녀님께서 학교를 직

접찾아가셨던겁니다.

철이 없던 당시의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도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회심하여 신앙을 되찾은 이후에

야 감사한 마음이 피어났고,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 그 수

녀님을 만나러 찾아갔었습니다. 그때 수녀님의 단호했던

말씀이아직도생생히기억납니다.

“난네가기억도나질않아. 잘살았으면됐지뭐하러여

기까지왔어. 가서열심히살어!”

수녀님의 무뚝뚝하고 차가운 태도에 서운하기도 했지

만, 끝까지 그리스도인의 모범을 삶으로 가르쳐주신 듯했

습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누고 정의를 선포한 이후에,

그것을 내 업적과 내 자랑으로 여기지 않았기에 기억에 남

지도 않으셨던 게 아닐지…. 그저 맡겨진 소임에 충실했던

착하고 성실한 종처럼, 하느님께서 일을 마치실 것을 믿고

자신의 몫에 충실하는 것. 그러한 복음의 씨앗을 받은 저

또한, 그렇게 살아서 그 열매가 계속 이어져 나갈 수 있었

으면좋겠습니다.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자라게

하신분은하느님이십니다.”

(1코린 3,6)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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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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