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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우리한테 이게 있으면 좋을 텐데’, ‘우리가 저렇

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불평하는 아이들이 한

노파를찾아가행복해질수있는주문을가르쳐달라고합니

다. 노파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인생이 불만족스러우면 너

희가받은축복을떠올리며감사하는마음을갖도록해라.”

아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노파의 입을 빌은

어머니의가르침이라는사실을.

아버지가 친구의 어려움을 돕다 재

산을 잃어 가난해진 ‘작은 아씨들’에게

‘마치 부인’은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것

이 무엇인지, 행복한 삶이 어떤 건지 가

르쳐 줍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내

고, 감사하는 마음은 자존심을 이기는

법이란다.”

어린 시절 동화로도 읽었을,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전적 소설 <작은 아씨들

> 속의 네 자매는 이런 어머니의 가르

침으로,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면서 자

신들의 재능과 꿈을 하나씩 이뤄갑니

다. 억지스럽지도 않고, 지나치게 순종적이거나 숙명적이

지도 않습니다. 그 과정이 유쾌하고, 아름답고, 뭉클합니

다. 참기힘든아픔도있습니다.

186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마을 콩코드에 사

는 ‘작은 아씨들’은 순례자 놀이

(천로역정)

를 하듯 각자의 짐을

지고, 선함과 행복을 향한 갈망을 길잡이 삼아, 고난과 실

수를 극복하면서, 용기를 잃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웃음과 눈물, 존경과 사랑, 믿

음과 나눔이 평화에 이르는 여정이며 곧 성장입니다. 1933

년, 1949년, 1994년에 이어 지난해 또다시 영화로 찾아온

이유도그감동과아름다움을확인하고싶어서일것입니다.

<작은 아씨들>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딸들이 아닌 어머

니 ‘마치 부인’입니다. 그녀는 어린 딸들이 가졌으면 하는

모든 미덕을 먼저 갖춘 본보기입니다. 가난하면서도 더 가

난하고 상처받은 이웃을 돌봅니다. 돈과 지위보다 품성과

인격과 교양이 축복임을 보여줍니다. 타인을 너그럽게 용

서합니다. 이보다 더 좋은 자녀교육, 자

녀 사랑은 없습니다. ‘자식에게 가장 큰

스승은 부모이고, 가장 좋은 가르침은

부모의 실천’이며 가장 달콤한 대가는

아이들의사랑과존경과믿음입니다.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녀에게는 깊은 신앙심이 있습니다. 그

것이 딸들에게도 스며듭니다. 그래서

열아홉 살에 죽음을 맞이한 셋째 딸 베

스는 하느님에게 자신을 맡기면서 아픔

과 슬픔을 희망과 믿음으로 승화시킵니

다. 조는 “포기하지말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누구나 ‘광야의 시험’에

들때가있다. 하느님의힘과온유함을본받는다면모든고

통과시련을이겨내고살아갈수있다”는어머니의말에용

기를잃지않고작가가됩니다.

그녀는 “모든근심과희망, 죄와슬픔을자유롭고편안

하게 하느님께 털어놓으라”고 말합니다. 주님은 언제까지

나우리를돌봐주시고마음의평화와행복, 힘의원천이되

어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160년 전, 한 어

머니의 충고와 믿음이 ‘코로나19’의 고통과 시련 속에 있는

우리의가슴에까지와닿는것같습니다.

이대현

요나

|

국민대겸임교수, 영화평론가

영화칼럼

2020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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