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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의
말씀
사랑과계명
가끔 연락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설치 예술가인 남편은
작업의 특성 때문인지 언제나 군화처럼 생긴 작업화를 신
었는데, 예술가답게 작업화도 허투루 고르는 법이 없었습
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이 가볍고 편한 운동화를 남편
에게 선물했습니다. 20여 년 작업화만 신던 남편은 부인이
선물한 운동화 덕에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을 가던 남편은 진열된 운동화
한 켤레를 보고 맙니다. 그 운동화는 그의 마음을 온통 사
로잡았습니다. 홀린 듯 매장 안으로 들어가 운동화를 집어
든그는부인을떠올렸습니다.
‘운동화를 사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게다가 이거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그래도…. 아예 몰랐으면 모를
까, 이렇게마주쳐버렸는데어떻게이걸포기해!’
어떡하면 부인을 설득해 허락을 받을 수 있을지 찰나의
순간억만가지수를헤아린남편은결론을내립니다.
‘이걸 사달라고 하면 야단은 야단대로 맞고 운동화는 운
동화대로포기해야할테니, 차라리저지르고야단을맞자.
그럼운동화는남을거아냐.’
뿌듯한 마음에 운동화를 사 들고 귀가한 남편은 비장한
얼굴로기꺼이부인에게이실직고했습니다. 이만저만한이
유로운동화를샀으니부인은저를벌하고사하소서. 아멘!
자진신고를 마치고 고개를 든 남편은, 그러나 크게 당황
했습니다. 부인의 눈가에 깊은 슬픔이 맺혔기 때문입니다.
이윽고부인이말했습니다.
“당신은 이 운동화를 봤을 때 내 생각이 안 났어? 난 좋
은걸보면늘당신이먼저생각났는데….”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요한 14,15)
사랑은 대상이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끊임없
이 서로의 사랑을 내보이며 친교를 이루는 가운데 일치에
로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을 사랑하셨
고 그래서 십자가를 통해 그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
고 이제 제자들이 사랑을 드러낼 방법을 가르쳐주십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
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것이다.”
(요한 14,21)
계명을 지키는 것.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여 우리 삶 가운데 현존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
다. 계명은 사랑을 구실로 서로를 옭아매는 구속이 아닙니
다. 오히려 계명은 서로가 품고 있는 사랑을 드러내 주고
그것을표현하고나눌수있는기회가됩니다. 사도요한은
그의편지에이렇게썼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것”
(1요한 5,3)
이며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 그것으로 우리
가그분을알고있음을알게됩니다.”
(1요한 2,3)
신리성지를 찾은 신자들이 주님의 성상 아래서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흡사 두 팔을 벌리고서 ‘성령을 받아라’ 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주님 앞에서 사랑의 계명을 지키
며 그분의 뜻을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성령을 받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참된 신앙인의 모
습을그려봅니다.
김대환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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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사진가회
“내계명을받아지키는이야말로나를사랑하는사람이다.
그리고나도그를사랑하고그에게나자신을드러내보일것이다.”
(요한 14,21)
사진
설명
유환민
마르첼리노신부 | 문화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