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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의
이삭
처음부터다시
최근 많은 일들을 겪고 보니 인간이란 기껏 미세먼지도,
바이러스도 이겨내지 못하는 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
다. 그런데도매일매일서로조금더갖겠다고전력을다해
싸우기만 하던 나날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을 반으로
쪼개어 네편 내편 아귀다툼으로 날 새는 줄 몰랐다고 하면
너무지나친표현일까요?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이제는 평범했던
일상마저도언제돌아갈수있을지모르는상황이되었습니
다. 게다가오프라인에서해소되던어리석은욕망들이온라
인 세상에서 폭발하여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끔찍한 성범죄
의 희생양으로 삼은 사건이 드러났습니다. 법과 질서도 없
는무법천지의원리가어떤것이었는지온국민이사이버공
간속n번방을통해처절하게마주하게되었습니다.
인간사가 이 지경인 데 비하여 꽃나무는 어찌나 계절을
올바르게 아는 것인지 봄이 되자마자 온천지가 꽃밭이 되
었습니다. 자연은 약속을 어기지 않아서 정직할 뿐 아니라
숭고한 느낌마저도 듭니다. 다만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도아이들에게마스크없이마음껏뛰놀수없게만든어른
인 것이 죄스럽습니다. 바이러스로 가득 찬 오프라인 세상
과아이들을범죄로유인하는사이버공간을물려주기위해
살았던것은아니었는데, 왜이런세상이된것인지한탄스
럽습니다.
누구의 책임일까요? 지난 이십 년 동안 환경오염이 심
해지고 아동 성매매가 악화일로임을 알았던 저 역시 결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
나 설득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았던
것은 저의 나태함 때문이라 자책해봅니다. 이제는 평화롭
고 안전하던 지난날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에 ‘환
란’이라고얘기해야하지않을까싶습니다.
진심으로 잘못했었음을 자인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물론
이고 작은 꽃송이 잎새 하나까지 자유롭게 숨 쉬며 살아가
지못하게만든저자신의과실을하나씩깨닫게됩니다. 바
쁘다는핑계로걷기보다는자동차를이용하고, 조금이라도
쌀쌀하면 보일러를 가동하는 등 환경을 돌보지 못한 점, 또
청소년 성매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
었음에도제대로고발하지못한저의잘못을고백합니다.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힘겹게 이겨
낸 한국인들의 지혜를 끌어모아 오프라인과 온라인 공간
을 좀 더 안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시
어 우리에게 맡겨주신 자연환경을 위해 당장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노력을해야합니다. 우리모두가, 특히아이들이
안전하게세상을살수있도록온갖형태의폭력을없애고,
다양한 입법 활동에도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
인지 다 같이 둘러앉아 세세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습
니다. 모두의 작은 실천이 세상의 추락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분께서 ‘보시니, 참 좋
았다’라고하셨던세상을만들고싶습니다.
이수정
데레사
| 경기대학교교수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김애경
에밀리니아
수원교구비전동성체성혈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