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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 산 너머>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을 소

재로 한 영화입니다. ‘오세암’ 등 수많은 동화책을 쓰신 정

채봉작가님은 1993년, 김수환추기경님의어린시절을소

재로 한 동화 <저 산 너머>를 소년한국일보에 연재하였습

니다. 집필에앞서정채봉작가님은김추기경님과함께추

기경님이 어린 시절을 보낸 경북 군위 옹기골 마을로 추억

여행을 다녀오시면서 추기경님께 직

접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연재를 마친 후 책 출간을 위해 찾아

온 정채봉 작가님께 김수환 추기경님

은 ‘지금은 남 보기 민망하고 부끄러

우니 나 가고 난 뒤에 책으로 내면 좋

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이유

로 동화 <저 산 너머>는 정채봉 작가

님과 김수환 추기경님 두 분 모두 돌

아가신 이후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

니다. 그리고 김 추기경님이 선종하

시고 11년이 지난 후에 영화로까지

탄생하게되었습니다.

김수환추기경님의어릴적이름은

순한이었습니다. 순한의 아버지는 평생을 가난한 떠돌이

옹기장수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랜 병고 끝에 돌아가

시게되자, 홀로남은어머니가행상을다니며힘겹게늦둥

이아들형제순한과동한을키우게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난생처음 사제 서품식을 보게 된 어머

니는 지금까지는 깨닫지 못했던 어떤 소명을 느끼고 두 어

린 아들에게 신부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어머

니는 늦둥이 두 아들의 마음 밭에 천주님의 씨앗이 심어졌

다고 생각하신 겁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동한은 순순히

어머니의 뜻을 따르지만, 순한은 마음이 썩 내키지 않습니

다. 왜냐하면순한에게는또다른꿈이있었기때문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살아생전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고

싶어했습니다. 그런데남아있는기록을찾지못해결국뜻

을이루지못했습니다. 그후김추기경님의본가인광산김

씨 종친회는 오랜 시간 조사 작업 끝에 마침내 추기경님의

뿌리를 밝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

화 속에서 어머니가 늦둥이 두 아들

이 사제가 되기를 바랬던 것도 바로

그뿌리때문이기도합니다.

김수환추기경님이선종하신후추

기경님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몇 작품 있었지만, 본격 극영화는 <

저 산 너머>가 최초입니다. 추기경님

은 사제가 되시고 온 생애를 가난한

이웃들과 군사독재와 산업화를 통해

점점 사라져가는 소중한 가치들을 지

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추기경님의

평소 염원처럼 영화 <저 산 너머>에

서도 각박한 세상 속에서 점점 사라

져가는소중하고아름다운가치들이담겨있습니다. 그것은

‘영성

(靈性)

’과 ‘동심

(童心)

’과 ‘자연

(自然)

’입니다.

생텍쥐페리는 1943년에 발간된 ‘어린 왕자’의 서문에 어

른을 위한 동화책이라 말합니다. 영화 <저 산 너머> 또한

어른을 위한 동화입니다. ‘어린 왕자’가 2차 대전 중 발간

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희망이 되었듯이, 코로나19

로 인해 온 세계가 혼돈과 절망 속에 빠져있을 때 김수환

추기경님의 영화가 모든 이들의 위로와 희망이 되리라 생

각합니다.

최종태

베드로

|

영화감독

영화칼럼

2020 감독 최

_

종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