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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말씀

일상으로돌아옴

2020년은모두에게잊지못할시간입니다. 코로나19 바

이러스로 한국 천주교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가 중단되었

고, 우리네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 시간이었습

니다. 우리가 주님을 얼마나 목말라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기도했습니다.

부활 제3주일 복음은 루카 24,13-35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지 사흘째 되던

주간 첫날, ‘클레오파스’

(루카 24,18)

라는 제자와 익명의 다른

제자가예루살렘에서예순스타디온떨어진엠마오를향해

걷고 있다고 복음서 저자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스타디

온은 185m로 60스타디온은 약 11km입니다. 성인이 1시

간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가 4~5km 정도인데, 예루살렘

인근지역의지리적·기후적여건을고려하면 1시간에 3km

남짓 걸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야기 속 두 제자는 예수

님의 비참한 죽음으로 절망과 고통 속에서 3시간가량을 터

덜터덜 걷고 있습니다. 망연자실하여 걷는 두 제자의 여정

에동반하는이가있지만, 그들은그동반자를알아보지못

합니다. 서쪽으로 해가 질 무렵이라 동반자의 얼굴이 가려

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제자들의 근심이 깊었기 때문인지

는정확히알수없습니다.

복음서 저자가 전하는 확실한 내용은 그 동반자가 두 제

자의 여정 중에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

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

셨다.”

(루카 24,27)

라는 사실입니다. 구약성경 속 예언들을 풀

어설명해주는동반자입니다. 저녁때가되어가고날도이

미 저물어 그 동반자는 두 제자와 함께 밤을 묵기 위해 집

에 들어갑니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

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

게 나누어 주셨다.”

(루카 24,30)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고 떼

어 나누는 행위는 최후의 만찬 때 열두 제자에게 명하셨던

예수님의 성찬례, 즉 성체성사인 미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루카 24,31)

하느님 말씀인 성경을 해석해 주실 때, 그리고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쪼개어 나누어 주실 때 비로소 두 제자는 고통

의 여정 중에 자신들을 동반해 준 이가 부활하신 예수님이

심을깨닫습니다.

복음서 저자는 이 이야기 속 익명의 제자와 동일시하도

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우리는 이제 조심스럽게 일상으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일상으로 돌아옴은 지난 시간의 고통

과 절망을 잊어버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옴은당연하다고여기며살아온것들에새로운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도록 합니다. 일상으로 돌아옴은 앞으로 다

가올 또 다른 고통과 절망 앞에 좌절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희망을 속삭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곁에서 함께 걷고 계신

부활하신예수님을알아보고있습니까?

안개가자욱한새벽에동이트기시작하면서어둠은사라지고, 밝음을향하여묵묵히걸어가는이의뒷

모습을 바라봅니다. 어두웠던 고통과 고난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걸어가는 모습은 정녕 선지자

의모습입니다. 부활하신주님께서제자들에게나타나신것처럼, 저희의믿음으로받아들일수있도록,

주님저희에게은총을주소서.

유동희

바오로

|

가톨릭사진가회

“정녕주님께서되살아나시어시몬에게나타나셨다.”

(루카 24,34)

사진

설명

김상우

바오로신부 | 가톨릭대학교성신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