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ࢮਊભ߽

생명

말씀

우리의병고를떠맡고

우리의질병을짊어지신분

금년 사순절 내내 우리 모두는 코로나바이러스19 전염

병의 확산이 가져온 국가적 재난으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광야’의 시간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환자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다 보니 미사가

없는본당공동체생활을처음으로겪고있습니다. 점점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가는 이 질병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많은 공포와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도 우리 신앙인은 깨어

있어 ‘시대의 징표’를 읽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뜻을 찾는

은총의시간이되어야하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하신 말씀

을 살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진리안에서아버지께예배를드릴때가온다. 지금이

바로그때다.”

(요한 4,23)

오늘 주일 전례 중에 등장하는 당나귀는 온 인류의 구

원을 위하여 수난과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고난

받는 야훼의 종이신 예수님의 운명을 닮았습니다. 그래서

요한 복음은 예수님을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어린 양’

(요한

1,29.36)

이라고 고백하고, 오늘 마태오 복음의 수난기는 예수

님께서 당신을 ‘넘겨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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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고 말씀하십니다

(마태 26,23-24)

. 이런 예수님의 의지는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아버지의 뜻이신 인류 구원에 응답하는 순종으로 표현됩니

다. “아버지, 이 잔이 비켜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마태 26,39.42)

이런예수님의순종은인류에대한하느님의자비와사랑

을실제로드러내는것이기에이웃과의관계로표현됩니다.

특히 이웃 형제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이 인간의 오만과 증

오로거절당할때이를묵묵히받아들이고짊어지는십자가

의희생을필연적으로수반합니다. 이를구체적으로인간의

온갖질병을고쳐주시는치유자이신예수님에게서봅니다.

많은 병자를 고치시는 예수님을 마태오 복음은 “‘그는

우리의 병고를 떠맡고 우리의 질병을 짊어졌다’

(이사 53,4)

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마태 8,17)

라고 설명

합니다. 예수님께서 치유하시고자 하는 인간의 병은 죄와

죽음을 포함한 육체의 질병까지입니다. 이 전인적인 치유

인 구원을 위하여 예수님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셨습

니다.

의사가 병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직접 만나야 하듯이 우

리의 구세주는 인간에 대한 동병상련

(同病相憐)

으로 하느님

의 외아들로서의 모든 권능을 온전히 비우시고 인간의 모

든 고통과 죄의 멍에를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심으로진정한치유자이신의사가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특별히앓는병자들을 ‘의료인’의손으로치

유해주시기를원하십니다. 그런면에서코로나바이러스감

염 환자들을 자신의 건강과 생명의 위험을 무릎 쓰고 헌신

적으로돌보시는의료인들과봉사자들안에서우리는또다

른그리스도

(Alter Christus)

의모습을뵐수있는것입니다.

예수님이 사형선고를 받고 총독의 군사들이 예수님을 조롱하며 머리에 가시 면류관을 씌웁니다. 주님

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에 겪으셨던 고통을 묵상합니다. 하느님께 두 번이나 부르짖어도

응답하지 않으신다는 절박함이,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수 없으니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는 간절함이, 머리

위에씌워진가시나무의아픔이그대로전해옵니다.

김대환

안드레아

|

가톨릭사진가회

“저의하느님, 저의하느님,

어찌하여저를버리셨습니까?”

(마태 27,46)

사진

설명

구요비

욥주교 | 서울대교구보좌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