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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입니다. 눈부셨던 지난 가을, 풍성한 열매를 맺은 꽃

과 나무들이 이제 하나, 둘 그 잎을 떨어뜨리며 소멸을 준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확과 상실의 시기에 가톨릭교회는

위령 성월을 보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이때 죽음

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알 수

없는 미래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깊은 병으

로 죽음을 마주한 가족, 친구, 때론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

습니다. 오늘은 예기치 못하게 다가온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준비하는당신에게이야기해주고싶습니다.

삶이꽃피운고운열매를축복해주세요

▲ 얼마만큼 예쁘니? 하늘의 별만큼 고우니?

△ 그래, 방실방실 빛나.

▲ 어떻게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니?

△ 그건 하느님이 비를 내려주시고, 따뜻한 햇볕을 쬐어 주시기 때문이야.

▲ 그래애…. 그렇구나….

△ 그런데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 내가 거름이 되다니?

△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권정생의 그림책 『강아지 똥』 속 강아지 똥과 민들레의 대

화입니다. 강아지 똥은 민들레의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민

들레를 힘껏 끌어안아 녹아들어 거름이 되고, 아름다운 꽃송

이를 맺고 떠났습니다. 우리 각자의 하찮은 삶도 모두 고운

열매를 맺습니다. 하느님의 시원한 비와 따뜻한 햇볕과 더불

어 말이죠. 다가올 이별에 슬퍼하기에 앞서, 그 삶이 맺어낸

고운 열매를 축복해 주세요. “당신의 삶은 의미 있었습니다.

당신이 떠나도, 당신이 피워낸 꽃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

짝빛날것입니다”라고얘기해주세요.

기도해주세요

우리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한 구원의 역사 안에서

죽음은더이상죽음이아니라새로운삶의시작인것을믿습니

다. 그러나 눈앞의 이별과 상실 앞에서 그 믿음을 담대하게 고

백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외면하고 싶어지죠. 그럴 때, 우리는

기도할수있습니다. 죽은이에게하늘나라에서의영원한안식

이허락되기를, 우리모두가그곳에서다시만나기를말입니다.

“주님,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

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영원한거처가마련되나이다.”

(위령미사감사기도문中)

마음껏울어도돼요

깊은 병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 중 대다수가 자신의 죽

음을 너무 늦게 알게 된다고 합니다. 당사자에게도, 주변 사

람들에게도 죽음이 외면하고 피해야 할 것으로만 간주되기

때문이죠.

슬픔, 두려움, 자책, 원망, 그리움과 같은 마음을 참고 감

추려 급급하지 마세요. 울고 싶은 만큼 울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세요. 충분히 울고, 나눈 후에야 비로소, 인간의 생애와

죽음을받아들이고, 하느님나라를약속할수있습니다.

호스피스의도움을받아준비하세요

중세 시기 성지 순례자나 여행자가 쉬어가던 휴식처. 호스

피스의어원입니다. 호스피스는말기환자들이남은시간을잘

준비하고, 가족들이 다가올 상실을 잘 준비하도록 도와, 환자

의 생애 마지막이 진정한 치유의 여정이 되도록 동반합니다.

서울성모병원은 호스피스가 보편화되기 이전인 1988년부

터 이러한 사명 아래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해 왔으며, 현재는

서울대교구 산하 8개 병원이 모두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등의 호스피스 전

문가들은 적극적인 통증 치료와 더불어, 환자의 신체적, 정신

적, 영적안정을돕는전인적돌봄을제공합니다.

박민경

이레네

|

서울대교구홍보위원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