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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의
이삭
노래하게하소서!
“안녕하세요, 성가 가수 나혜선 요셉피나입니다.”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성가 가수임을 소개할 수 있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1999년 제1회 cpbc 창작생활성가제 본선 입상을 하면
서 성가계에 입문하고 성가와 함께한 지 20년이 되었습
니다. 함께 데뷔하여 지금까지 찬양만을 이어온 존경스러
운 동료들도 있지만, 그들에 비해 저는 치열하게 이 안에
머물며 찬양만을 이어온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대기업 비
서, 금속공예가, 방송 진행자, 공연기획자, 감정코칭 지도
사, 퍼머넌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누군가의 딸, 아내, 엄
마, 그리고 성가 가수.
지난 20년 동안 지나간, 또는 여전히 붙어있는 제 이름
앞의 수식어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성가 가수’라는 단어
안에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성가를 놓지 못했던 제 신앙
의 성장기가 고스란히 배어있습니다.
하루는 길에서 딸아이가 엉뚱하게도 “나는 성가 가수
나혜선 요셉피나의 딸이다!”라며 연이어 소리치길래 당황
하여 아이의 입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물었습니
다. “율아, 엄마가 성가 가수인 게 좋아? 엄마는 그것 말
고 다른 것도 하잖아.” “응, 난 엄마가 성가 가수인 게 좋
아, 그게 내 엄마여서 더 좋아! 하느님이 듣기 좋으니까
성가 가수 시켜준 거 아냐?” 아이의 말은 지난 삶을 떠올
리고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공연 스케줄과 겹쳐 공예
공방 문을 일찍 닫아야 할 때의 답답함, 밤샘 녹음을 마치
고 일을 나갈 때의 고단함, 아무도 없는 광야에서 노래하
는 것 같던 외로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두려
움,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과 관계 속의 어려움 등 극복해
야 할 상황들이 점차 늘어만 갔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경
험치가 쌓여가도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제겐 살아내야 했던 삶이었고, 그렇게라도 저를 불
러 세워주시는 것을 감사라 여기며 받아들이려 애썼습니
다. 아이의 단순한 대답은 이런 삶 속에서 복잡한 이해관
계에 얽혀 이리저리 선을 긋고 재단하던 제 자신을 부끄
럽게 만들었습니다. 아이의 답변이 싫지 않았습니다. 주
님을 위해 노래하는 삶을, 제가 단순하게 원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네, 주님! 그 부르심에 “예, 여기 있습니다!” 하고 기꺼
이 응답하겠습니다. 노래할 때, 제 안에 오셔서 이를 기뻐
하며 즐기시는 분은 다름 아닌 주님이십니다. 저의 찬양
이 더 이상 당신을 기쁘게 하지 않는다면 저는 그 찬양을
멈춰야 함을 압니다. 저의 노래가, 저의 이름이, 저의 모
습이 기억되기보다 오래전 누구의 찬양인지도 모르고 따
라 부르며 제가 위로받고 회복했던 것처럼 저의 찬양도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찬양이 당신을 닮아, 소멸
해가는 누군가의 마음에 생명이 되길 기도드립니다.
오소서 성령님, 제 안에 머무소서. 그리하여 당신으로
인해 제가 노래하게 하소서. 아멘.
나혜선
요셉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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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가수, 금속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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