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ਔ ੈ
말씀
의
이삭
삶과죽음
지난해여름, cpbc 창작생활성가제를통해연을맺어 20
년 동안 친교를 나누던 친구를 잃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
6월엔 꼭 보자던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듯 영정사진 속의
친구는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보고도 믿기지 않아 세상
이멈춰버린듯했습니다. 나눠야할이야기도, 계획했던일
도, 위로해주고 싶던 친구의 상처 난 마음도 그 사진 안에
가둔채, 하루하루친구를붙잡고있었습니다.
친구의 1주기를 맞아 생활성가를 함께하는 동료 선후배
들과 추모음악회를 준비하면서, 비로소 우리 곁을 떠난 친
구가 주님 품에 들었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추모음악
회를 통해서 그녀가 살아냈던 삶의 값진 유산들을 살피며
그녀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자신에게 부어주신 성령의
은사를 정확히 발견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아낌없
이나눠주는삶을살았고, 유작음반을통해자신에게주신
달란트를 세상에 두고 떠났습니다. 그녀가 썼던 가사를 통
해서 그녀의 생각이, 그녀의 노래 틈 속에 그녀의 숨결이
여전히우리가운데살고있습니다.
어제는 있었지만 오늘은 없는 친구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체험했습니다. 덧없음과 두려움, 연민과 아픔, 돌
아봄과 깨달음이 내가 되고 친구가 됐던 시간들이었습니
다. 그리고삶은태어남과동시에죽음또한부여되는것임
을알게되었습니다. 요즘은이런질문을자주던지곤합니
다. ‘요셉피나, 너는 지금 살아가고 있니, 아니면 죽어가고
있니?’ 친구의 죽음을 통해 나는 세상 안에서 살아가고 있
는가, 혹은죽어가고있는가를고민해보게됩니다.
어릴땐 40대가되면완벽한어른이될거라고생각했었
습니다. 모든 일에 정답을 알고 옳은 결정을 하는 어른. 그
런데 마흔다섯이 된 지금도 온전한 인간은 쉽지가 않습니
다. 내가 행했던 옳은 결정이 모두에게 이로운 것은 아니
며, 원하는결과를가져다주지못하기도했습니다. 내마음
과행동은이미나를앞질러가앞으로다가올날들에서나
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제의 내가 주는 선물이
되기도, 아픔이되기도했습니다. 이제는내가옳은방향을
선택해서 살고 있다 자부하기 전에, 누군가에게 또는 세상
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짚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
다. 나의 믿음과 행동이 죽어가는 선택이 아니라 살아가는
선택이길 간절히 바라고 청하면서, 무엇이 사람의 욕심인
지 무엇이 사람의 희망인지 그 차이를 분별하길 청하면서
요. 죽은 친구가 내 안에 살고 있고, 돌아가신 주님께서 내
안에살고계시듯그죽지않는생명의목소리에귀기울이
고싶습니다.
훗날 우리 곁을 떠나 먼저 주님 품에 있을 그 친구를 다
시 만나게 되면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아가다,
나 잘 살다가 온 거 맞지?” 하얀 이가 모두 드러나도록 빛
나게웃으며맞장구쳐줄그친구얼굴이오늘참많이그립
습니다.
나혜선
요셉피나
|
성가가수, 금속공예가
캘리그라피
_
김발렌티노
발렌티노
복음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