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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이삭

세상에서가장좋은집

여중학교 시절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의식주

(衣食住)

에 대

해 설명하시면서 무엇이 가장 으뜸이냐고 물으신 적이 있

습니다. 50명이 넘는 학생 중에 제가 가장 먼저 큰 소리로

“집이요!” 하고 외쳤습니다. 좌중이 조용하다가 갑자기 웃

음을쏟아냈습니다. 민망했던기억이있지만지금도그생

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음식도 옷도 소중하지만, 왜

그런지가슴안에는늘좋은집이그리웠습니다. 음식은나

물만 먹어도 좋을 것 같고, 옷은 적당히 저렴하게도 멋을

부릴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집은 제 능력으로 척척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서 꿈속에서 상상의 세계를 키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지으신 한옥은 좋

은 집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를 보아도 좋은 집이

나오면 내용보다 집에 마음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습니

다. 결혼 후도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늘 불만이었

고꿈은커져만같습니다.

나이란 꿈도 축소시키는 힘을 가졌는지 점점 집에 대한

꿈이 줄어들고 있을 때, 생각지도 않게 집에 대한 꿈을 이

루었습니다. 새벽기도마다한마디씩후렴으로넣은기도가

이루어진것입니다. 맞습니다. 세상에서가장좋은집에서

살게됐습니다. 어떤집일까요? 딸세가족과함께사는집

입니다. 딸셋과사위셋, 손주셋과저까지열명의가족이

함께 사는 집을 지었습니다. 물론 한 지붕 안에 집은 다른

가족이지요. 이만하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집이 아닐까요?

사실을 말씀드리면 집들은 많이 불편합니다. 평수도 넓지

않습니다. 자식이 아니라면 이런 불편을 감수하라고 하느

냐며 얼굴을 붉힐 법도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런 것을 강요하면 저는 엄마도 아니

지요. 가톨릭 신자도 아닙니다. 그러나 딸들은 자기 집을

챙기면서도 엄마의 불편을 먼저 생각해 줍니다. 딸들은 새

집에대해얼마나할말이많겠습니까. 그러나저는감사합

니다. 행복합니다. 무엇보다사위들이마음을함께모아준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주차장이나 계단에서 만나면 환

하게웃습니다. 우리는서로비밀번호도모릅니다. 지킬것

은 지키며 예의를 지킵니다. 지하 패밀리 룸에서 서로 차

도 마시고 술도 마시고 환담도 나눕니다. 와도 좋고 안 와

도 좋습니다. 자유가 첫째 조건입니다. 전 복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벽너머에제딸들의가족이있다고생각하면,

그들이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면, 그들이 기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아들 딸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찹니다. 이만한 복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제 시

간이그리많이남아있지않은생의가을에가족이함께사

는집을저는세상에서가장좋은집이라고감히말합니다.

집을 지을 때 딸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손해 본 만큼 내

언니나동생에게이익이간다고생각하면무엇이아쉽겠는

가”라고 성모님이 말씀하고 계신다는 것만 기억하라고요.

주님, 부족하고못난저에게주신이엄청난선물에온몸을

다해감사기도드립니다.

신달자

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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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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