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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이삭

김미희

마리스텔라

‘어머니들의기도(Mothers Prayers)’ 한국지부부회장

행복하여라슬퍼하는사람

미국에서 제법 성공한 사업가인 친구가 지난해 중학생

시절 은사 수녀님이 몹시 그립다고 했습니다. 제 오지랖이

발동, 몇 가지 단서를 가지고 수녀님 찾기에 나섰습니다.

친구의가슴속에, 수십년세월에도퇴색하지않은큰사랑

을 심어놓으신 그분이 저도 궁금했습니다. 마침내 부산 수

녀원에계신은사님을찾았습니다.

최근 그 친구에게 너무도 슬픈 일이 생겼습니다. 그녀를

걱정하는 친구들과 함께 서울행을 권유, 은사 수녀님을 뵙

는 위로 여행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우연히도 우리는 수녀

님의 금경축 기념일이 있는 때에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친

구는 수녀님 품 안에서 아주 많이 울었습니다. “사회적 성

취와 부는 얻었지만 늘 슬프고 외롭고 불행해요”라는 제자

에게 수녀님은 ‘하느님 안에 살기’를 권하시며 사랑으로 기

도해주셨습니다. 한때 개신교에 열심이었던 친구는 지금

자기가 가장 원망하는 대상이 ‘하느님’이라고 고백했습니

다. “왜, 하필 나에게?”라며 주님께 대들고 싶다고 했습니

다. 수녀님은그렇게주님께질문하라고하셨습니다.

다음날 ‘명랑 수녀님’ 이해인 수녀님과 만나는 기회를 얻

었습니다. 시집에 아기자기 스티커 장식과 덕담까지 더해

서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신 수녀님과 한 시간여 웃고 울다

가, 돌아가며 시 낭송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목이 메어 낭

송을 잇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 수녀님은 이 시를 낭송해주

셨습니다.

“슬픈 사람들에게 너무 큰 소리로 말하지 말아요…. 가

끔은 손잡아 주고 들키지 않게 꾸준히 기도해주어요…. 그

가잠시웃으면같이웃어주고대책없이울면같이울어주

는것도위로입니다….’

그시구는하느님께서저희에게주시는당부같았습니다.

헤어질 때 친구는 은사 수녀님께 새로운 고백을 했습니

다. “저에게도 사랑해주고 기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라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 오전, 친구와

함께 미사에 참석 후 한 수녀님을 만났습니다. 수녀님은

‘다 가진 것 같지만 텅 빈’ 친구의 마음을 보시고 하느님을

찾으라고당부하시며기도해주셨습니다.

도착 다음 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딱 한 번 뵌

적이 있던 한국 신부님께 1시간 30분 차를 몰아 달려갔다

고 합니다. 쉬시는 날이었지만 신부님은 오랜 시간 친구의

얘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는 숙제를 내주셨다고 합니다. 마

태오 복음서 5장을 일주일간 읽고 묵상한 다음 다시 만나

자고. 일주일 후, 친구의 얘기에 이번엔 제 눈가가 흠뻑 젖

었습니다.

“내 영혼이 평생을 갈구해온 행복이 바로 거기, 예수님

의 산상수훈 안에 있더라. 내가 얼마나 가난한 사람이었는

지… 마음이 이렇게 평화롭고 안정될 수가 없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멀고먼길을돌아왔어. 이제는내아이도가족

도사업도남은삶도하느님께맡길수있을것같아.”

복음

묵상

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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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영

아폴로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