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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아가다

|

KBS기상캐스터

말씀

이삭

사순시기를보내며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과거의 나는 과연 어떤 다짐을

하고 어떤 용서를 청했을까 궁금해져 일기장을 펼쳤습니

다. 그리고 일기장의 한 문장 앞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

니다. “오직 주님의 뜻에 제가 쓰일 수 있도록, 그 뜻을 실

행할 수 있도록 용기와 힘을 주세요.”

주님의 은총과 기적을 체험했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었는데도 아직 충분히 용기 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방송인으로서 제 개인적인 체험을 나누는 것이 환우분들

과 가족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크지만, 누군가

에게는 조그마한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

음으로 주님의 도구로 제 삶을 헌신하고 싶다는 기도 안

에서 과거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꺼내 봅니다.

2010년 방송국에 첫발을 디딘 후로, 정말 쉬지 않고 열

심히 일했습니다. 몸이 여러 신호를 보내오는 것도 무시

한 채 오직 앞만 보며 달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감기에 걸렸고, 여느 때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했

습니다. 약을 먹어도 몸 상태가 개선되지 않았고, 일주일

동안 고열이 계속되었습니다. 급히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

를 찍었고, 그 길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곧

바로 생사를 다투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병명은 확장성 심근병증이었고, 심장과 폐의 역할을 대

신하는 여러 기계장치를 달아야 했습니다. 가능한 한 빨

리 새 심장을 이식받지 못하면 괴사가 시작되어 여러 합

병증이 나타나며, 언제 삶을 마감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습니다. 수일 내에 조직이 맞는 공여자를 만

나야만 하는 상태였고, 거의 가능성이 없는 그 마지막 희

망 외에는 이제 더 이상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때 주변에서는 참으로 많은 기도를 해주셨다고 합니

다. 신앙인이 아니셨던 아버지도 신부님의 손을 잡고 매

일같이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

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마르 9,24)

그러한 간절한 기도들이

하늘에 닿았는지, 나흘 뒤 새벽 저와 90% 일치하는 심장

이 나타났습니다. 신앙인이 아니셨던 아버지께서 의료진

앞에서 ‘이 아이는 이제 제 딸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딸이

에요’라고 고백하셨던 것처럼, 저는 기적을 체험했고, 빠

른 회복세로 새로운 삶의 기회를 부여받았습니다.

그 후로 아버지께서는 교리 공부를 시작하셨고, 저는

성가정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세상의 다른 많은 사

람을 위해 기도합니다. 기도의 힘은 실로 어마어마합니

다.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사람의 기도하는 두

손으로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마태오 복음서에서, 예수

님의 이름으로 모인 곳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느님께서 이뤄주신다고 하셨던 그 말씀처럼,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기도하면 분명 주님께서는 적

당한 때에 당신의 방식으로 들어 주실 거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와 우리, 여러분의 평화를 진심으로

바라며 오늘도 두 손을 모아 기도합니다.

복음

묵상

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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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배

베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