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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새해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우리가 맞은 새

해는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새해의 문을 열

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꿈을 갖고 새로운 발걸음

을옮깁니다.

모든 건물에서 문은 우리가 드나들 때마다 늘 만나는 가

장 친숙한 대상입니다. 문은 사람들을 새로운 장소로 인도

하고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성당에서

도가장먼저만나는것은언제나문입니다.

교회에서는 오래전부터 문 위의 벽면에 ‘최후심판’ 등을

새겨 넣어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과 심판을 생각하며 하루

하루를 착하게 살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출입문에는 예

수님이나 성모님 혹은 존경받는 성인 모습을 새겨 넣어 신

앙생활에더욱충실할것을권고하였습니다.

주교좌 명동대성당에도 정면에 세 개의 문이 있습니다.

중앙문에는 230여 년 전 초기 한국교회의 주요 장면이 3

단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1985년에 명동성당 주임 김수

창 신부는 조각가 최의순

(요한비안네, 1934~)

에게 청동 부조문

제작을 주문하였습니다. 작가는 역사학자 조광 교수의 자

문을 받아 우리나라 초기 교회의 주요 활동 모습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새겼습니다. 이것은 초기 교회의 정신

을 이어받아 오늘날에도 교회가 본연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는것을알려줍니다.

상단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미사를 집전한 주문모

(1752-1801)

신부와 우리말 교리서 ‘주교요지’를 편찬한 명도

회 정약종

(1760-1801)

회장이 있습니다. 중단에는 상복 차림

으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과 박해를 피해 길을 떠나는

신자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하단에는 파리 외방전

교회 출신 성인 메스트르

(Maistre Josep Ambroise, 1808-1857)

부가 세운 성영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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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서 고아를 돌보는 내용이 묘사되

어있습니다. 지친아기를안고있는여인은성모님을연상

케 합니다. 옆에는 시약소를 만들어 병자와 노인을 돌보는

신자들의 이웃 사랑이 묘사되어 있으며 약탕관도 볼 수 있

습니다.

3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 한 최의순은 1987년에 높이

2.5m, 폭 1.25m의 작품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성당

의벽돌구조물이무거운철문을잘지탱할수있을지논의

가 분분하여 설치되지 못하고 22년 동안 창고에 잠들어 있

었습니다. 2009년 초에야 비로소 이 문을 걸게 되었는데

작가는 “명동대성당을찾는분들이이문을보고우리선조

들의 신앙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우리 천주교회의 뿌리

를느낄수있으면좋겠다”고했습니다.

주교좌 명동대성당의 문 앞에 서면 우리가 신앙 선조들

에게 큰 빚을 졌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은 선교사와

신앙 선조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생명을 바치면서까지 우

리에게신앙의문을열어주었습니다. 그덕분에우리는그

리스도교신자로서하느님의선물인새해를다시맞이하여

새날을시작할수있게되었습니다.

정웅모

에밀리오신부

|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유물담당

주교좌명동대성당중앙문에새겨진

‘초기한국천주교교회사’

보물

우리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