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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9일

3

말씀

이삭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소속사

문제로 공연은 물론 음반조차 낼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

는데 가수가 노래를 못 하는 건 모든 것을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세상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고 경제적

으로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런 절망의 끝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도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동생이 “사제

가 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수도회에 들어가겠다니. 동생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입니다.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면서 제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견

디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오죽

하면 주변에서 건네는 “축하한다”는 인사마저 야속하게

느껴졌을까요. 하지만 제가 동생에게 건넨 첫 마디는 “기

도하자”였습니다.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눈을 들어 헌금함에 예물을 넣는 부자들

을 보고 계셨다. 그러다가 어떤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

을 거기에 넣는 걸 보시고 이르셨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

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더 많

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

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

(루카 21,1-4)

그때 저는 가난한 과부와 같았고 동생은 과부가 지닌

렙톤 두 닢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유일하게 의지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던 동생이었지만 하느님께 가는 길

을 제가 어찌 막겠습니까. 다만 적지 않은 나이에 가장 낮

은 자세로, 처음부터 시작하려는 동생에게 인내할 수 있

는 힘과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렙톤 두 닢의 소

중함을 깨닫게 하신 것처럼 가장 작고 미천하지만 동생이

지닌 간절함을 들어달라고. 어쩌면 그건 동생의 결정이

아니라 하느님이 내리신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생은 예수회에 입회하였습니다. 사제 양성과정 중에

신학공부와 봉사를 하면서 더욱 성숙해지고 깊어진 느낌

입니다. 저도 청년성서모임에서 창세기와 탈출기를 마치

는 동안 지난했던 슬럼프를 이겨냈습니다. 작년부터 시작

하여 올봄까지는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마르코와 요한을

공부했습니다.

누구나 힘겨운 시기가 있습니다. 저도 끝이 보이지 않

는 터널처럼 어둡고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힘든 시

기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신앙과 가족, 무대에 대한 갈

망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하느님은 언제

나 더 큰 은총과 깨우침을 주셨습니다. 신곡 <외치다>는

그런 신앙적 고백을 바탕으로 제가 지녀온 믿음과 신념이

녹아든 노래입니다. 저는 노래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마음이 가난하고 외로워도 희망을 잃지 말자

고. 하느님은 우리의 가치를 눈여겨 봐주실 겁니다.

김성면

루카

| 가수(K2)

렙톤두닢의가치

역대

교황님

말씀

| 베네딕도 16세교황

캘리그라피

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