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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이삭

가롯 유다의 얘기가 아닙니다. 예고된 배신자가 나오게

된 전말은 이렇습니다. 1960년대 저는 남녀공학 대학을 나

왔습니다. 그때여학생수는아주적었습니다. 그래서좀외

롭기도했습니다. 해서, 졸업한지한참후여학생들만의모

임인여성동문회를만들었습니다. 올해로 13년째매달월례

회와 1년에 한 번 총회를 열어 연사의 강의도 듣고 우정도

다지고, 많지는않지만후배들에게장학금도주고있습니다.

작년 10월 총회 때 이야기입니다. 연사로 어느 잘나가는

증권회사사장님을모셨는데그분의첫마디는여성들이문제

라고했습니다. 엄마들이특히, 아들에게올인해놓고나중에

잔뜩 기대하는데 미안하지만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아들

은거의없다는거죠. 왜냐, 아들은 ‘예고된배신자’이기때문

에…. 이대목에서우리들은공감의박수를쳤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들었던 ‘예고된배신자’들의실례가떠올랐습니다.

현재 아들은 대학생이고, 딸은 올봄 대학을 졸업하자마

자 취직이 되어 온 가족이 행복해 하고 있는 제 후배 이야

기입니다.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에 평소 딸 아이가 좋아하

는 영덕 대게 다섯 마리를 거금을 주고 사서 잘 손질해 냉

장고에 모셔두었답니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부엌에 나와

상자를 열어보니, 어라? 한마리가 없더랍니다. 세어보고

또 세어봐도 네 마리. 마침 아들 녀석이 가방을 들고나오길

래, “얘야, 기막힌일이벌어졌다. 어젯밤엄마가게다섯마

리를 여기 넣는 거 너도 봤지? 한 마리가 없어졌어. 영덕에

간것도아닐테고….” 아들녀석은약간멋쩍어하며 “아그

거…. 내 가방 속에 넣었어.” “왜?” “진이 있잖아~” “진이?

요새 만난다는 아이? 근데?” “진이 갖다 주려고.” “이놈아.

그게얼마짜린데?” “에이~ 진이자취하는데불쌍하지도않

아? 엄마가 그랬잖아, 좋은 일해야 천당에 간다고.” “이 녀

석아, 넌너의엄마불쌍하다는생각은한번도안하면서.”

물론 이 말은 속으로만 했다더군요. 웃으면서 이야기했

지만, 후배의얼굴엔서운함이가을바람처럼지나가더군요.

또남편일찍여의고혼자사는어떤친구는교통사고가나

서 입원했다가 퇴원은 했지만 혼자 움직이기가 좀 불편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마침아들이자기집에와계시라해

서반가운마음에며칠입을옷을챙겨갔더니며느리와손

주는친정으로가고아들이밥을해주더랍니다. 며느리변

명해주는 아들이 바보 같고 불쌍해서 하룻밤만 자고 와서

는 그만 화병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 얘길 듣고 저도 화가

모락모락 올라오려 했지만 이렇게 던졌습니다. “얘, 너 좋

았겠다. 아들하고둘이서옛날얘기하며오붓하게. 그런시

간 가지라고 네 며느리가 자리 피해 준 것 같은데?” 친구

눈엔 제가 말리는 시누이처럼 얄밉게 보였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의 생각을 한쪽으로만 끌어당기지 말고 양쪽

끝에서 잡아당겨 구겨진 마음을 펴보면 편안한 답이 나오

지 않을까요? 하긴 저도 오늘 아침 죄없는 남편에게 버럭

했습니다. “아니, 얘들은 어떻게 전화 한 통이 없어?” 남편

은 시니컬하게 “우린 잘 했어?” 저의 집도 ‘예고된 배신자’

의배신+ing 중입니다.

김세원

율리아나

| 방송인

예고된배신자

역대

교황님

말씀

| 성요한바오로 2세교황

캘리그라피

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