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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ਔ ੈ

말씀

이삭

어느 화창한 가을 아침, 나는 서둘러 파리 몽파르나스

역으로 향합니다. 프랑스에 올 때 꼭 혼자 찾는 나만의 비

밀스러운 순례지, 샤르트르 노트르담 대성당에 가기 위해

서입니다. 이곳은 스테인드글라스와 조각들로 유명한 프

랑스의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비잔티움의

이레네 황후가 서로마제국의 샤를 대제에게 선물한 성유

물, 즉 성모영보 때 성모님이 두르신 베일 조각을 성유물

로 모시고 있는 이곳은 천상의 모후이자 여왕이신 성모님

을 위한 지상 궁전이 되었고 줄곧 끊임없는 순례자들의 발

길이 이어지는 명소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곳을 찾는 다

수는 이 유물은 둘째 치고 성모님께 봉헌된 이 아름다운

성당을 보기 위해 옵니다. ‘종교’가 형언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힘이 바로 ‘예술’에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하

는 순간입니다! 이같이 하느님은 당신의 ‘아름다운’ 속성

을 예술작품을 통해 보여주십니다! 설레는 마음 가득, 차

창 밖을 내다보며 샤르트르로 향하는 길은 나에게 황홀함

과 설렘을 줍니다. 나는 파리에 갈 때마다 이곳을 다시 찾

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특별하고 친밀하듯, 샤르

트르는 매번 나에게 특별한 울림을 주는 영적 만남을 허락

해줍니다. 샤르트르 역에 내려 성당으로 향하는 길을 찾기

는 어렵지 않습니다. 거대한 인파를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

다. “이 많은 이들은 여기서 무엇을 찾기 위해 왔을까? 나

의 발걸음은 왜 다시 이곳으로 향하고 있을까?”

성당 앞에 도착하여 눈부신 가을 햇살을 가득 받으며

살아나는 아름다운 조각들의 신비로운 광경에 넋을 놓고

한참 바라봅니다. 작년 봄에는 ‘아름다운 창의 귀부인’ 창

의 성모님을 보고 눈물을 흘렸는데, 보수 중이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성당 안을 둘러보던 중, 예전에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성모자상’이 내 발길을 붙들었습니다.

‘기둥의 성모’라 불리는 이 성모자상은 16세기 조각으로,

13세기에 제작된 기둥 위에 올린 것입니다. 프랑스가 대

재앙을 겪을 때마다 손에 횃불을 든 아이들이 성모님 앞에

무릎 꿇고 ‘성모송’을 바쳤고 이에 항상 응답해주셨다고 합

니다. 성모님은 고전적인 미인형이 아니라 푸근한 아낙네

모습이라 더욱 친근했고, 아기 예수님은 천진난만한 아기

라고 믿기지 않는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이곳으로 인도해준 분들은 바로 내 눈앞에 계신 성모

자였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 앞에 무릎을 꿇었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내 앞에 무릎 꿇고 기도

드리는 한 흑인 여성의 진심 어린 모습은 그 옛날 불을 밝

히고 성모님께 기도하던 어린아이의 모습을 연상시켰습니

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구약의 족장, 원로들과 선지자들의

확고부동한 ‘신앙의 기둥’ 위에 서 있는 성모자는 그 끝없

는 사랑과 고귀한 희생으로 신약의 구원 그리고 부활을 약

속합니다. 지금도 ‘기둥의 성모님’ 앞에는 수많은 초가 환

히 빛나고 있습니다.

박혜원

소피아

서울가톨릭미술가회운영위원

‘샤르트르의노트르담’

기둥의성모님을만나다

캘리그라피

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

역대

교황님

말씀

| 성요한바오로 2세교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