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ous Page  3 / 13 Next Page
Information
Show Menu
Previous Page 3 / 13 Next Page
Page Background

֕ ਔ ੈ

말씀

이삭

‘하느님께서는 뭍을 땅이라, 물이 모인 곳을 바다라 부

르셨다. 하느님께서보시니좋았다.’

(창세 1,10)

주님께서 천지창조 사흗날 만드신 바다는 제게 큰 의미

입니다. 저는수중호흡장비를가지고잠수를하는스쿠버

다이버입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잘하고픈 욕심이 커져 2

년전시험을통과하고프로강사가되었습니다. 바다는저

를 설레게 하면서도 제겐 늘 두려운 존재입니다. 욕심부리

지말고멈춰야할때를냉정하게판단하는것이바다를존

중하고 나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지요. 다이빙은 제게 레저

스포츠로서의즐거움외에도많은가르침을줍니다.

주님께서는 천지창조 닷새 날에 바다의 온갖 생물들을

창조하시고 이들에게 복을 내리며 “번식하고 번성하여 바

닷물을 가득 채우라” 하셨습니다. 내 몸의 몇 배 크기인 바

다 생물체를 만나는 일은 가슴 뛰는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생명을 창조하신 주님은 대단한

예술가시구나.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지요. 그럴 때면 인간

이 숨 쉴 수 없는 세상에 나를 초대해 준 바다와 바다 생물

들에게조용히이야기합니다. “이곳에평화를빕니다.”

등산 코스에도 여러 난이도가 있듯이 바다도 쉬운 바다

와 어려운 바다가 있습니다. 조류가 세거나 앞이 잘 보이

지 않거나 온도가 많이 낮은 바다는 상대적으로 다이빙하

기 어렵습니다. 숙련되지 않은 다이버들이 실력에 맞지 않

는바다에들어가면자신의몸을잘가누지못해산호를부

러뜨리거나손발로생물들을건드리면서바다를아프게하

는일이종종생깁니다. 바다의입장에선 ‘불청객’인셈입니

다. 초대받지못한사람이집안에들어와온갖기물을파손

하거나독보적인예술가이신하느님의작품전시회에서작

품을 훼손하는 격이지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아름다

움 그대로를 감상한 후 마치 다녀가지 않은 것처럼 떠나는

것이바다를찾는다이버들에게허락된일입니다.

바다에서 얻은 배움으로 생각해보니 하느님께서 바다

생물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애정을 가지고 만드신 작품이

인간입니다. 한사람한사람가만히들여다보면주님의예

술성이깃들어있어아름답고경이로운데우리는종종그분

의 멋진 작품을 마음대로 훼손하곤 합니다. 자신의 기준으

로 상대를 평가하고 재단하여 상대를 아프게 하고 좋지 않

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도 하지요. 주님께서 보시고 참 많

이 속상하실 것 같습니다. 바다 환경을 훼손하는 다이버를

보거나들으면질색하는제가물밖에서어떤이의존재그

대로의 아름다움을 훼손하진 않았는지, 누군가에게 불청

객이되진않았는지, 주님의멋진작품인또다른인격체를

만났을 때 그에게 평화를 빌어주는 마음에 인색하진 않았

는지. 고요한 바닷속에서 오로지 나의 호흡에 집중하는 마

음으로 오늘은 땅 위에 존재하는 주님의 작품들을 잘 감상

해보려합니다.

최송현

카타리나

| 배우

캘리그라피

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

역대

교황님

말씀

| 교황성요한바오로 2세

주님의작품감상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