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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이삭

이창용

레오

| 뮤지컬배우

공연을 하면서 매주 주일 미사에 참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낮 공연과 저녁 공

연이 2회씩 있고, 공연이 없는 월요일이 휴일이기 때문입

니다. 2007년 데뷔 작품이었던 ‘알타보이즈’에서 에이브

라함 역할을 연기하였습니다. 그 역에 저 말고도 한 명이

더 캐스팅 되어서 번갈아 공연을 함에도 데뷔 작품이라는

긴장감과 욕심으로 주말마다 공연하고 미사를 드리는 것

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혼자서 한 역할을

맡아 연기하게 되었는데, 안무가 굉장히 격한 작품이어서

체력소모가 매우 컸음에도 불구하고 주일엔 늘 미사를 드

렸습니다. 미사는 내 몸이 힘들다고 빠질 수 있는 것이 아

니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바쁘게 주일을 보내고 맞이하는 월요일에는 느긋한 마음

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 공연을 가거나 지방 공연을 갈 때, 해외여행을 갈

때도 주일에 그 지역의 성당을 찾아 미사를 드리는 일은

굉장한 축복이었습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3주간 공연

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3주 내내 미사를 꼭 드려야겠다

는 마음에 일본에 도착해서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숙소 주

변 지도를 검색하고 가까운 성당 홈페이지를 찾아 미사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일본에

서는 공연시간 때문에 새벽 미사를 드릴 수 밖에 없었습

니다. 노래하려면 충분한 수면이 필수였지만 공연을 잘하

기 위해서라도 성당에 꼭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

본어를 잘 모르지만, 머릿속으로 미사 순서를 떠올리며

한국말로 미사에 참여하였습니다. 일본인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오늘 독서

와 복음 내용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찾아 곰곰이 생각하

였습니다. 그렇게 제 나름대로의 미사를 다른 일본인 신

자들과 함께 드렸습니다.

미사를 드리고 성당 문 앞에서 마주친 신부님과 수녀님

들께서는 저에게 인사를 건네주셨습니다. 짧은 말로 공연

을 하러 왔다고 했더니, 일본어로 길게 말씀을 해 주셨는

데 제가 알아들은 단어는 반갑고 고맙다는 말 정도였습니

다.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외국까지 와서 새벽 시간에

미사를 드리러 온 저를 기특하게 여기신다는 마음이 전해

져 큰 칭찬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3주차 공연 때는 냉담을 하고 있던 동료 배우와 함께 미

사를 드렸습니다. 평소 냉담 중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걸려

하다가 제가 매주 성당에 가는 것을 보고 같이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 후로 동료 배우는 현재까지

매주미사에참석하고있다고합니다. 사는나라가달라도,

사는동네가달라도, 서로의말을잘알아듣지못해도같은

미사를 같은 마음으로 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풍요

로워졌습니다. 미사를 빼먹을 핑계들은 많았지만, 그럼에

도매주미사에참석한것이저를지금의뮤지컬배우자리

에오게한가장큰원동력이라고믿습니다. 그래서주일을

거룩히지낸다는것은감사하고기쁜일입니다.

캘리그라피

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

역대

교황님

말씀

| 교황레오 13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