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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이삭

미천하고낮은이를

드러내보이시는주님

손병선

아우구스티노

| 평협회장

저는 5대 선조 때부터 천주교 신앙을 이어온 구교우 집

안 후손입니다. 하지만 일찍 혼자되신 조모님께서 불교에

심취하시는 바람에 신앙이 이어지지 못한 채 지내다가 부

모님께서 선종하시기 직전 대세를 받고 돌아가셨습니다.

이후 제가 신앙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은 저의 당숙 덕분

입니다.

이미 고인이 되신 저희 당숙께서는 오랫동안 본당의 전

교 회장으로 봉사하시고, 신심도 깊으셨습니다. 생전에 교

구로부터인정받아교황청에서수여하는성대그레고리오

교황 기사 작위까지 받으셨지요. 명절 때면 항상 형님들과

함께 인사를 드리러 찾아뵈었는데, 그때만 해도 저희 가족

은신앙생활을하지않고있었기에당숙께서는안타까워하

시며 교리를 가르쳐 주시려고 애쓰셨습니다. 꼼짝없이 앉

아서 듣고 있다가 다른 손님이 오시면 형님께서 옆구리를

쿡쿡찌르며빨리나가자고눈짓을해, 어렵사리탈출해웃

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러한 당숙의 뜨거운 신심과 기

도가 저희 집안에 신앙이 다시 이어지는 밀알이 되었습니

다. 위령성월을맞아당숙을향한고마움을기억하며기도

드리는데, 아마 지금쯤 당숙께서도 천상에서 저희 가족들

을위해기도하고계시지않을까싶습니다.

이제 제 머리도 백 단풍이 든 채 어느덧 고희를 바라보

는 나이가 되어, 40년 가까운 신앙생활을 돌아봅니다. 주

님께서는 저에게 과분한 배우자를 만나게 해주시고, 함께

입교하여 성가정을 이루는 은총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오

래전 주님과 빅딜을 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 업무차 독일

출장 중이었는데, 배우자와 통화 중에 이상한 예감이 들었

습니다. 종합병원에서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수술을 받아

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출장을

마치고돌아오면서주님께간절한마음으로기도했습니다.

주님께서 제 배우자의 건강만 책임져 주시면 당신을 위해

무슨 일이든 시키시는 대로 따르겠다고 말입니다. 주님의

도우심 덕분에 배우자는 건강을 회복했고, 수호천사처럼

저를 항상 응원해 주며,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밝게 살아갑니다. 저를 지탱해 주는 큰 원동력이

지요. 이후 저는 감히 깰 수 없는 주님과의 계약 안에서 초

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주님과의 빅

딜은참잘한선택이었고, 저는행복한남자라는생각이듭

니다.

젊어서부터 직장 업무로 분주한 나날을 지낼 때도 주님

께서는제가늘작은봉사라도하도록불러주셨던것같습

니다. 지금도한없이부족한제가감당하기에벅찬봉사직

분을 받았지만, 오로지 주님께 의탁하며 봉사하고 있습니

다. 주님께서는 미천하고 낮은 이를 낮추보지 않으시고 드

러내 보이시는 오묘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고 제가 앞길을

계획하여도발길을이끄시는분은결국주님이심을고백합

니다. 오늘의제가있기까지도움을주시고이끌어주신많

은 분들께 보은하는 마음으로 온전히 의탁하는 봉헌의 삶,

믿음의사람으로살아갈것을새롭게다짐해봅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명혁자

율리안나

인천교구여월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