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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이삭

집콕생활안에서도소확행체험을….

손병선

아우구스티노

| 평협회장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잃은 것도 많고 힘든 일도 있었

지만, 세상의모든일에는동전의양면처럼잃은것이있으

면 얻는 것도 있기 마련인 듯합니다. 요즘 청명한 가을 하

늘도 코로나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고, 코로나 창궐이 심했

던 지난 2월 집콕 시간을 보낼 때를 되돌아보면 또 나름의

은총과감사의시간이었음을새삼깨닫게됩니다.

평소에 가족들 나름대로 바빠서 식탁에 함께 모여 식사

하거나 가족 미사를 드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집

콕 생활이 이어지면서 평화방송을 통해 가족들과 함께 미

사와기도를드릴수있었고, 일상이멈춘상태인지라식사

때가되면자연스레식탁에모이게되었습니다.

그동안 몹시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가 갑자기 시간이 정

지된 상황에 문득 가족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용기를 내어 요리에 도전해보았습니다. 어느

토요일 아침, 가장 만만해 보이는 ‘콩나물국밥’을 끓이기로

하고, 전날유튜브를보며레시피를적어놓았습니다. 아침

에일찍일어나배우자몰래냉장고안에있는식자재를찾

아보니어디에뭐가있는지알수가없어서, 무작정마트에

가서 콩나물과 나머지 식자재를 모두 준비해 정성껏 뚝배

기에끓였습니다.

식탁에 올려놓고 짜잔! 가족들을 불러 시식을 한순간

“오~우 아빠 짱!” 가족들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와 유쾌

한 아침 식사가 되었고, 일일 셰프의 뿌듯함도 누릴 수 있

었습니다.

한번 자신감을 얻은 후, 두 번째로 시도한 요리가 ‘목살

김치 된장찌개’입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가족들 몰래 서

프라이즈 이벤트로 하려고 하다 보니 냉장고에 있는 식자

재를일일이찾을수없어서, 레시피에필요한재료를통째

로 사는 바람에 배우자의 쓴소리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습

니다.

맛있게 먹는 가족들을 보면서 왠지 제가 큰일을 해낸 것

처럼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고, ‘나도 요리를 할 수

있구나’하는 새로운 재미와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거기에

더 발전해 ‘오이소박이’와 ‘물김치’까지 도전을 해보게 되었

지요. 나중에는 과감하게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해서 제가

만든요리로음식을함께나누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양 조절이 잘 안 되어 문제였습니다. 오래전 배

우자 생일에 좋아하는 ‘낙지 미역국’을 끓였는데, 아뿔사!

기름에덖은미역이물에불어끓여놓고보니한들통이나

되어 보름 동안 먹었던 악몽이 ‘목살 김치 된장찌개’를 끓

일때도다시금재연되기도했지요. 하지만그때배꼽을잡

고 쓴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

오릅니다. 저의작은희생, 깜짝이벤트가가족들에게사랑

의 백신이 되어주고, 답답한 집콕 생활 안에서도 소확행과

가족들안에기쁨을나눌수있는기회였기에, 어려움속에

서도서로뭉치면남다른행복에너지를만들어낼수있는

좋은체험이었고행복한시간이었습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선화자

데오필라

목5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