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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에서 단 하나만의 소중한 기억을 골라야 한
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
화 <원더풀 라이프>가 던지는 이 화두는 숨 가쁘게 질주하
는 문명의 물결에 정신없이 떠밀려온 우리로 하여금 잠시
멈추어서서지나온삶의궤적을뒤돌아보게합니다. 이화
두는 또한, 팬데믹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우리의 삶과
사회와 문명을 새로운 시선으로 응시하게
합니다.
<원더풀라이프>는우리시대가처한근
원적인 문제들에 거창한 담론을 제시하거
나 확정적인 답을 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여울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듯 삶
의 근본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영화입니다.
천국으로 가기 전, 죽은 사람들이 일주일
간 머무는 가상의 중간역 ‘림보’. 죽어서 거
기에 도착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애를 뒤돌
아보면서 단 하나만의 가장 소중하고 행복
했던 기억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선택한 그 기
억만을간직한채천국으로떠나게됩니다.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을, 어떤 인물은 곧
바로 선택하기도 하지만 어떤 인물은 쉽게 결정하지 못해
애를먹기도합니다. 어떤인물은마지막까지결정을못하
고어떤인물은선택을거부하기도합니다. 자신의삶을반
추하면서 회한과 부끄러움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사
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시간의 속살 깊숙이 숨어있던 상
처들 때문에 자신의 과거를 응시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
지않은사람이몇이나되겠습니까.
그런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 속에서 성찰과 선택의 과정
을거친후이영화의등장인물들은삶의의미에대한새로
운 깨달음을 얻고 자신의 삶과 화해합니다. 지상과 천국의
중간역인 ‘림보’를 떠나 천국이라는 영원의 세계로 넘어갈
수있게되는것은바로그들이그러한깨달음과화해를통
해 자신이 살아온 과거의 삶을 새롭게 탄생시키고 완성하
기때문일것입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선택한 기억
들은 권력과 돈과 명예를 향한 욕망이 충
족되는 순간들이 아닙니다. 그들이 거창
한이벤트의주인공이되거나요란한구호
를 외치는 순간들도 아닙니다. 그들은 가
장행복했던기억으로자신도모르게스쳐
지나간일상의아주소소한순간들을선택
합니다. 이들의 성찰과 선택, 깨달음과 화
해의과정을보며과잉의시대한복판에서
팬데믹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들은 묻게
됩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려 하고 이
루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들
을만나마음에없는너무많은제스처들을하고있는것은
아닌지요? 우리는 삶과 행복의 본질을 망각한 채 너무 바
쁘게정신없이살고있는것은아닌지요?
모든 이들이 팬데믹과 함께 과잉의 시대도 극복할 수 있
기를희망해봅니다.
이광모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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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백두대간대표
영화칼럼
1998년감독_고레에다히로카즈
과잉의시대와팬데믹의충돌, 그리고 <원더풀라이프>의화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