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ࢮਊભ߽

생명

말씀

성령, 바이러스, 청소년

비둘기도 있지만, ‘성령’ 하면 역시 불과 바람이죠. 불과

바람은명확히규정되지않는다는특징이있어서자유롭고

신비로운 성령의 표상으로 그보다 적합한 것이 없습니다.

어디서와서어디로가는지모르는, 하지만숨쉬는것처럼

크건작건어디에나있는바람. 물질처럼보이나실은물질

이라 할 수 없는,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넘실대는 불. 모

두 인간의 언어나 지각으로 규정할 수 없는 성령을 이해하

기에참괜찮은비유입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존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또 다른 녀석

이 있습니다. 바로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오가는 바이러

스입니다. 살아 있는 숙주에 기생할 때는 생물처럼 증식하

고변이하지만숙주가없으면결정화되어돌처럼되어버리

는, 그러다가도 다시 숙주를 만나면 활성화되는 그런 녀석

입니다. 세균과 많이 혼동할 정도로 흔하게 여기고, 아주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았던 바이러스가 지금은 전

세계의 지속적인 화제가 되고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바이

러스 입장에서는 한편으로 억울할 법도 합니다. 바이러스

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실험

실에서만들어졌든자연적으로발생했든그저생겨먹은방

식과 기능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뿐인데 말이죠. 지금은 쑥

들어갔지만 한때는 이 바이러스라는 말이 아주 긍정적인

의미로도 자주 사용되었었습니다. 넓고 강력한 전파력이

라는이미지를가지고행복바이러스나사랑바이러스처럼

좋은 것을 널리 퍼뜨린다는 의미로도 사용되었었는데….

앞으로 바이러스가 긍정적이었던 그 위상을 회복할 수 있

을지는모르겠습니다.

이렇듯 경계를 넘나들고 어떤 틀로 규정될 수 없는 모호

함을 지닌 존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청소년’입니다.

어린이와 어른의 경계를 넘나들고 첫 번째 탄생인 육신의

탄생과 두 번째 탄생인 심리적 탄생의 경계에서 불균형과

불안정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 바로 청소년입니다. 그래서

청소년은 인생의 여정 중 가장 성령의 모습을 닮아 있다고

감히생각합니다.

신앙인들이 열정 어린 영세 초기를 지나 언젠가는 ‘하느

님이 정말 계시는 걸까?’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되듯 부

모님의 보호 아래 ‘당연한’ 세상을 살아가던 이들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시작하는 것이 청소년입니다. 그

질문이 시작되었을 때 무조건 믿으라고 하거나 무조건 시

키는 대로 하라고 하는 것이 성령의 활동 방식인지 끊임없

이 고민합니다. 그 질문은 광야의 40년처럼 불안하고 두렵

지만, 그 길을 자유롭게 걸으며 의심, 실수, 일탈, 성취, 수

정, 실패, 시행착오의 경험을 통해 책임지는 법, 인생을 살

아가는 법, 하느님을 향하는 법들을 습득하여 그동안 배웠

던 가르침과 일치 시켜나갈 때 진정한 탄생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승천하시는장면을묵상하면서내곁을떠나가시는것만같아서서운한마음이들었던적이

있습니다. 몇년이흘러그렇지않다는것을알게되었습니다. 성자께서는하늘로올라가셨지만, 언제나

내곁에함께계실성령을보내주셨다는것을

.

홍덕희

아녜스

|

가톨릭사진가회

“아버지께서나를보내신것처럼나도너희를보낸다.” 이렇게이르시고나서

그들에게숨을불어넣으며말씀하셨다. “성령을받아라.”

(요한20,21-22)

사진

설명

이승주

대건안드레아신부 | 청소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