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6

֕ ਔ ੈ

이 영화는 2012년 ‘64회 전미비평가위원회 최우수 다큐

멘터리상’과 2013년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상’

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화려한 수상 경력에 비해 극장에서

이영화를관람한사람은그리많지않습니다. 어쩌면우리

는 영화를 선택할 때 작품 자체의 가치보다 언론홍보와 유

행에더큰영향을받는것이아닐까하는생각이듭니다.

1970년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멕시코계 미국인 ‘로드리게스

(Rodriguez)

’

는 디트로이트에서 소위 막노동을 하며

부둣가 허름한 술집에서 노래를 부릅니

다. 얼마 전 ‘밥 딜란’이라는 포크 가수

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듯이 로드리게스

의 노래 가사도 한 편의 시

(詩)

와 같았습

니다. 거대한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 그

의 노래는 ‘생존’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

람들에게 ‘생명’의 가치를 말하며, 자유

로운 정신과 삶의 희망, 아름다움을 찾

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명 음반사 프로듀

서가 찾아왔고,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음반을 세상에 내놓

을기회를갖게됩니다. 그러나그결과는너무나참혹했습

니다. 출시된음반의판매량은딱 6장! 무명의멕시코계구

도자의 노래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얼

마후그가좌절과실의끝에자살을했다는소문이떠돌기

시작합니다.

몇 년 후, 미국인 여성 한 명이 지구 정반대편, 남아프리

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공항에 내립니다. 그녀의 여행용 가

방에는 로드리게스 음반이 한 장 있었는데, 당시 인종차별

문제로 시위가 끊이지 않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에게

그의 노래는 희망과 용기를 주었고, 몇몇 음반사에서 이미

사망한 그의 앨범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면서 수백만 장이

팔려나갑니다.

그렇게 25년의세월이흐르고, 몇몇사람들이신비로가

려진 로드리게스라는 인물에 관해 추적하다가 자살한 줄

알았던 그가 여전히 디트로이트에서 막노동을 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로

드리게스를 찾아 남아공에서 일어난 일

들을 이야기해 주었고, 믿을 수 없어 하

는 로드리게스를 초청하여 공연을 개최

했는데, 대형 체육관에 모여든 수만 명

의 관객이 로드리게스를 외치며 열광합

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기적이 일

어난것입니다.

영화의 엔딩 자막이 올라갈 즈음 문

득 ‘만일 로드리게스가 남아공에서 일

어난 사건들을 모르고 죽었다면 어땠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그

랬다면 그는 과연 실패한 예술가일까

요? 비록 단 한 장의 음반 수익금도 받지 못했지만, 수백

만장의음반이팔렸고, 수많은사람들이그의노래를들으

며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예수님은 ‘너의 보물을

하늘에 쌓으라’고 하셨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그의 삶의

가치와 성공이 세상에 알려졌거나 말거나 그는 이미 부자

였습니다. 로드리게스는 뒤늦은 성공 이후에도 공연 수익

금을 이웃과 가족들에게 나눠주고, 이전과 다름없이 가난

한 사람들과 함께 검소하고 겸손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합

니다. 로드리게스 또한 자신이 이미 부자임을 알고 있었으

리라생각합니다.

최종태

베드로

영화감독

201

2 감

독_말

릭벤젤룰

영화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