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ਔ ੈ
가톨릭
성인의
삶
글_
서희정
마리아
|
그림_
홍미현
세레나
항상기도하는여인
성녀로사필리핀뒤셴
(축일: 11월18일)
어느 날, ‘바람’처럼 편지 한 장이 도착했다. 미국에 있
는 루이지애나 뒤브르 주교가 프랑스에 있는 성심 수녀원
에 보낸 편지였다. 편지를 받은 뒤셴 수녀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터져 나오는 함성을 손으로 막았다. 하지만, 손가
락 사이로 새어 나오는 감사는 어쩌지 못했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세 번째 ‘감사합니다’란 말은 수녀의 볼에 기쁨으로 흘
렀다.
“아직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곳에 하느님을 전하고 싶
습니다. 부디 저를 주님의 도구로 써 주소서.”
어린 시절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올린 기도였다. 10
년··· 20년··· 30년··· 선교를 나가기에는 이제 늦지 않았
을까 싶은 나이에도 뒤셴 수녀는 기도를 멈추는 법이 없
었다. 마치 하느님께 확답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뒤셴 수녀 말고는 그 누구도 이 기도가 이루어지
리라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위로 차원에서 ‘하느님께
서 듣고 계실 거예요.’, ‘꼭 기도가 이루어질 거예요.’ 류
(類)
의 말을 건넸을 뿐이었다.
그러나
기도는 정말, 이루어졌다.
그렇게 쉰 살의 뒤셴 수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
으로 떠났다. 6개월에 걸친 긴 여정이었다. 변덕 심한 바
다 탓에 목숨이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뒤셴 수녀는 그
때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했다. 두 손을 모으는 일
- 기도는 이루어졌다.
미국 땅에 도착해서는 하느님께서 시작하신 자신의 기
도가 완성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했다. 뒤셴 수녀의 미
국 생활을 보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러려고 그 오랜 세월, 하느님께 기도했나? 정말 이
런 삶을 원했다고?”
그만큼 미국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식량이 부족
해 굶기를 밥 먹듯이 했다. 온갖 전염병이 곳곳에 도사리
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뒤셴 수녀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했다. 두 손을 모으는 일 - 기도는 이루어졌다.
20여 년이 지난 후에도 뒤셴 수녀는 멈추지 않았다. 인
디언 원주민에게도 하느님을 전하고자 했다. 수녀의 나
이, 일흔이었다. 언어가 달라,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뒤셴
수녀가 원주민에게 하느님을 전하는 방법은 확실하고도
강력했다. 역시 그녀가 가장 잘하는 일, 두 손을 모으는
일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기도는 이루어졌다.
*덧: 인디언 원주민들은 성녀 로즈 필리핀 뒤셴을 ‘항상 기도하
는 여인’이라 불렀다. 선교 활동 20여 년 동안, 미국에는 6개의 성
심수녀원분원이생겼고많은이들이하느님을알아믿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