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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ਔ ੈ

최재원

요셉

|

배우

말씀

이삭

어머니때문에 ‘바보김수환’

저희 어머니는 올해 여든둘이십니다. 아버지께선 연애

하실 때 어머니가 콩처럼 자그마하고 귀여우시다며 콩각

시라고 부르셨답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저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셨

습니다. 그냥 항상 제 곁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화수분처

럼 주셨습니다. 어릴 때 느꼈던 그 무한한 사랑을 전 본능

적으로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받았던 여러 순

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행복합니다. 그

래서 어머니께 정말 잘해드리고 싶고 잘해드리기 위해 최

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빨리 갑니다. 그게 너

무 슬픕니다. 자꾸 나이 들어가시는 제 어머니를 생각하

면 괜스레 눈물이 납니다. 집사람은 알지도 못하면서 저

보고 갱년기라 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겸손하고 수줍은 분이십니다. 그리고 말

도 아끼십니다. 저에게도 늘 이르시는 말씀이 “겸손해라,

말을 아껴라”입니다. 제가 녹화하러 나설때도 늘 그렇게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겸손하게 말을 아끼다 몇 마디

못하고 녹화가 끝나버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점

잖고 선해 보이는 그런 아들이 좋답니다. 어머니가 좋으

시면 저도 좋습니다.

요즘 어머닌 아침 8시 30분과 오후 5시 50분이면 사이

좋은 아버지와 함께 어김없이 라디오 앞에 앉으십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년 특집 라디오 드라마 ‘바보 김

수환’에서 아들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처음 섭외

받았을 때는 무척 망설였습니다. 보통 라디오 드라마는

성우들이 하던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염려도

되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제가 사제가 되기를 바라셨던 어머니…. 저를 떠밀어 광

주 교구청에 신부님 면담까지 보게 했던 우리 어머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디오에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아들 목소리를, 그것도 소원이셨던 신부 역할로

듣게 되신다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무조건 해야 했습니

다. 어머니 때문에 ‘바보 김수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

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어머니의 묵주기도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가롤로병원으로 봉사 가시는 버스 안에서

20년 이상 바치셨던 묵주기도가 어머니 당신의 소원을 이

루어 주셨나 봅니다.

생전에 딱 한 번 뵈었던 김수환 추기경님, 저는 녹음 할

때마다 그분께 도움을 청합니다.

“추기경님 부족한 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전 당신이

걸으셨던 길을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바보 김수환’을 순천에서 올라오신 어머

니와 함께 들어야겠습니다.

*

김수환추기경선종 10주년 cpbc 특집라디오드라마 ‘바보김수환’은

‘cpbc빵’

이나유튜브에

‘바보김수환’

을치면바로들으실수있습니다.

복음

묵상

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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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미

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