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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향길베네딕다

수녀 | 성바오로딸수도회

말씀

이삭

아버지의집

네 살 때 아버지를 여읜 저는 늘 빈자리를 느꼈습니다.

이 ‘원체험’은나이보다일찍철들게했고삶을스스로개척

하게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엔 외롭고, 쓸쓸하고, 혼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웃으면서 하느님이 저

를 키웠다고 말하지만, 가끔은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습

니다.

가톨릭 신자라면 성가정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늘에서 온 가족이 아침저

녁으로 기도하고 미사 참례를 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에

서 자랐습니다. 친가 외가가 다 구교집안이라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성체성사와 고해성사, 혼인성사와 병자성자, 신

품성사 등 삶에서 칠성사의 은총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아

무리 큰 사랑을 받고 자랐어도 부모 없이 자랐다고 욕할까

봐 뭇시선에 위축되곤 했습니다. 더 반듯하게 살려고 노력

했습니다. 우리사회가편견이좀심하잖아요?

어느 날 요한복음 14장 1-7절을 묵상하는데 ‘아버지의

집’, ‘거처할곳’, ‘자리’라는단어가유독눈에띄었습니다. 가

슴이먹먹해지고통증이왔습니다. 예수님께여쭸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제게 무엇을 말씀하시고자 하시는지….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성체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주님은위로를주셨고치유해주셨습니다.

저는 한 번도 제집이 없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집도

제집이 아니었고, 작은아버지 집도 제집이 아니었습니다.

동생이 결혼해서 가정을 가졌지만 동생 집도 제집이 아니

었고요. 하느님의 집이라고 수도원에 들어왔지만, 제가 생

각했던 가정의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입니다. 원체험

이 너무 아파서 어디에도 마음 붙이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사는 저를 주님께서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나와

함께아버지의집에살자고요.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그 사이 호주제가 폐지되고 세

상의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혼족, 혼밥이란 신조어가 생겨

날만큼삶의패턴이달라지고있습니다. 그런가운데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맞아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

겨 봅니다. 그 어디에도 집이 없어 외롭고 쓸쓸했던 저처럼

어쩌면그들도아버지의집을그리워할지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고. 그

러기에 아버지 집으로 가는 확실한 길은 하느님을 믿고 예

수님을믿는것입니다.

교리상식

견진성사는 세례성사와 함께 입문 성사로, 성령의 은사를 주고 신앙을 굳건히 해준다 하여 견진

confirmation

이라고 합니

다. 교회법에서는세례받는어른은중대한이유로방해받지않는한, 세례후즉시견진성사를받고성찬거행에참여하여

성체도영하여야한다고규정합니다.

(제866조)

하지만유아세례를받았다면, 적어도열두살이상이되어야견진을받을수

있습니다. 견진성사는사도들의후계자인주교가줍니다. 필요한경우주교가사제에게위임할수도있고, 곧죽을위험에

있는사람에게는주교가아니라도어느사제나줄수있습니다.

(교회법제883조 3항)

견진성사는 주교만 집전하나요?

글_

교회상식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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