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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엘리사벳
| 영화배우
말씀
의
이삭
길이주는선물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하는 것 같
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저도 호기심에 순례길 여행
을 얼떨결에 결정해버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산티아고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십 년이 지났지
만 제게는 늘 어제 일처럼 지금도 생생합니다. 초반에는 이
쯤이야 거뜬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리하게 빨리 걷
다가 이틀 만에 제 발목은 허벅지만큼 두꺼워졌습니다. 한
걸음도 고통 없이 걸을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여행을 시작한
지 삼일 만에 자신감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비로소
이 산티아고 순례길이 고행과도 같은 여행이란 걸 실감하
게 되었습니다. 가방의 무게를 덜기 위해 다시 옷가지와 음
식과 생수, 모든 것들을 최소화하고 나니 실로 인간에게 필
요한것이그리많지않다는걸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등
에 짊어진 무게만큼 고통이 따른다는 단순한 진리를 몸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자만함도 없애니 뻣뻣
하게 세웠던 제 고개는 수그러지고 걸음도 천천히 보폭도
짧게 변하면서 그 여행의 최적화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의 모습에 질려서 고개를 숙이고 오늘
의 목적지를 잘 도착하는 바람뿐 제 머릿속은 잠자는 시간
을 빼고는 온통 다리가 아프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여행 전 복잡한 문제들은 머릿속에서 꺼낼 여유조차 없이
그저목적지를향해아픈다리를이끌며한걸음한걸음걸
었습니다. 어느 날 문뜩 고개를 들었더니 아름다운 풍경이
제 시야에 들어오면서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
차피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계속해서 목적지까지 가는 날
까지매일매순간아프고힘들거야. 그러니아프다고그만
외치자. 무릎 밑의 고통에 대해선 그냥 받아들이자.’ 그렇
게 맘먹고 나니 아름다운 풍경이 제 눈과 마음을 채우며 자
연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여전히 발목은 아파
서 눈물은 볼을 타고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제 입가는
미소로, 제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렇게 산티아
고길을걸었습니다. 타들어가는태양에눈물자국이두줄
로 선명하게 제 얼굴에 자리 잡았을 때 즈음 어느덧 목적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성당에도착했습니다. 예수님의열
두제자중야고보의무덤이있는곳, 저는그때가톨릭신자
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여행을 무사하게 마칠 수 있
게 된 것에 감사드리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감고감사하다는몇마디를드리자갑자기의식도않던
고백이가슴속깊은곳에서제입을통해흘러나오기시작했
습니다. 여행하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도 못한 그 옛날
의 잘못을, 기억에서 묻어버리고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나의
죄를용서해달라는기도를하고있었습니다. 참으로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그때 신자는 아니었
지만이미제안에는성령이계셨던것같습니다. 그때는몰
랐었지만 어쩜 이미 그 순간부터 저는 가톨릭 신자가 되기
위한준비를했었는지도모릅니다.
교리상식
축성은 ‘봉헌하여거룩하게만든다’는의미인consecratio를, 축복은 ‘좋은말을하다’는의미인benedictio를번역한말입니다.
미사때사제의축성으로빵과포도주가그리스도의성체와성혈로변화됩니다. 그리고성품성사, 주교품예식, 성당축성등
에서축성이이루어집니다. 이경우엔사람이나사물이축성의대상인것이죠. 축복도사람이나사물모두에게할수있습니
다. 사람에게안수하든지, 성물등에성호를그으며은총과복을내려주시기를하느님께청하는것이지요. 축성을할수있는
권한은성직자들에게만있습니다. 하지만축복은신자들도할수있습니다.
축성과 축복은 어떻게 다른가요?
글_
「
교회상식속풀이」
|
바오로딸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