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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우리곁의

절두산순교성지의

‘순교자기념비’

‘순교자 성월’인 9월에 교회에서는 순교자들의 삶과 신앙을 묵상하며 그 정신을 본

받아 신앙을 첫 자리에 두고 본받으며 살 것을 권고합니다. 천주교 신앙이 자유를 얻

기까지이땅에서수많은사람이순교하였습니다. 오늘날교회는순교자의희생위에

세워졌으며우리의발길이닿는곳곳에순교지가있습니다.

절두산 순교성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성지 가운데 한 곳입니다. 한강변의 양

화나루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 1866년 병인박해 때부터 1867년까지 적어도 33명

의신자가순교하였습니다. 이지역의형태는누에머리처럼생겨서 ‘잠두봉’이라했

지만 많은 신자들이 순교하면서 ‘절두산’이라고 합니다. 성지의가장높은언덕에는

병인박해 100주년을기념하여 1967년에건립한순교자기념관이있습니다. 건축가

이희태

(요한, 1925~1981)

는우리나라의전통주택과건축에담긴아름다운요소를찾아

내어 독특한 형태의 성당과 박물관을 만들었습니다. 성당의 종탑도 순교자들의 목

에씌워졌던칼형구모양을본떠세웠습니다. 성당의제단아래에는순교성인들의

유해 안치소인 성해실이 있습니다. 성지 마당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동상

을비롯한여러성상이곳곳에자리잡고있습니다. 그가운데서기념성당으로올라

가는입구의 ‘순교자기념비’는사람들의발길을멈추게합니다.

이 작품은 1973년에 조각가 최종태 요셉

(1932~)

이 화강암으로 제작했습니다. ‘순교

자기념비’

(좌대 1.7mⅹ순교자상의높이 2,2m)

는작가가만든여러많은교회의성상가운데서

첫번째작품이기도합니다. 조각상에는성인과아이등세명의순교자상이표현되어

있지만 이들은 절두산에서 순교한 분들을 대표하는 것이며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백

년간순교한모든분을기리는것입니다. 아이의손은포승줄에묶었지만어떤저항이

나반항도하지않습니다. 오히려어린순교자는손을펼치고자신에게주어진고통의

시간을묵묵히받아들입니다. 그러면서도하느님의뜻을온전히받아들이려는것처럼

양손을 펼치고 있습니다. 드러난 맨발은 순교자가 걸었던 고난의 시간들을 보여줍니

다. 세사람이서있는것처럼보이지만자세히보면모두목이없다는것을알수있습

니다. 이미참수당한신자들의머리를쓰러지지않은몸위에조심스럽게올려놓았습

니다. 작가는우뚝서있는순교자들의자세를통해서그들이비록세상에서는죽었지

만하느님품안에서여전히살아있다는것을알려줍니다.

순교자들의 머리 뒤에는 예수님께서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십자가가 표현

되어있습니다. 그들의죽음이예수님의죽음과맞닿아있고그들의부활도예수님의

부활과연결되어있음을알려줍니다. 절두산순교성지입구의 ‘순교자기념비’는우리

에게주님을믿고따르는사람은죽더라도영원히살것임을말없이가르쳐줍니다.

정웅모

에밀리오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유물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