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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ਔ ੈ

성기영

아가빠

| 작가, 작곡가

말씀

이삭

모든일에감사하십시오

살다 보면 자신이 참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느 날 밤, 스스로와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의구심

속에잠이들었습니다. 꿈속에서저는아주작은개미가되

어 있었습니다. 거대한 인간의 거친 발들이 정신없이 눈앞

을 지나갔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밟혀 죽을 위기였습니다.

저는젖먹던힘을다해커다란벽장밑공간으로숨어들어

갔습니다. 개미라는 존재의 무능함에 깊은 분노가 느껴졌

으나, 달리할수있는일이없었습니다.

벽장 밑은 어두웠습니다. 그러나 한숨 돌리고 나서 둘

러보니, 이 바닥은 바깥보다 훨씬 시원한 데다가 꽤 볼거

리가 있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손에서 떨어져 어찌어찌

벽장 아래로 흘러들어 온 것 같은 잡동사니들이 눈에 띄

었습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는 있지만 꽤 값나가 보이는 파란 알

보석 반지, 한때는 반짝반짝 빛났을 법한 목걸이 펜던트,

잿빛실을매단바늘, 바위처럼생긴흰바둑알도보였습니

다. 저는 어슬렁어슬렁 그 바닥을 산책하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글씨들이 적힌 커다란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왔습니

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 그쪽으로 기어갔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종이도 글자들도 작은 개미인 제 눈에는 너무 커,

도저히읽을수가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글자들이 하나하나 종잇장에서 일어

나더니, 바닥에 내려앉았습니다. 저는 문득 그게 아름다운

시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시가 날아가는 광경을

처음보았습니다. 정신을차리고보니그곳은더이상벽장

밑이아니었습니다. 탁트인파란하늘이머리위에펼쳐져

있었습니다.

꿈에서 깬 뒤, 무심코 방안을 둘러보니 벽장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그 밑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졌습

니다. 저는납작엎드려벽장아래바닥을살펴보았습니다.

그러자 언제 들어간 건지 알 수 없는 만 원짜리 한 장이 눈

에 띄었습니다. 오래 못 본 친구를 만나기라도 한 듯 반가

웠습니다. 손을뻗어먼지를뒤집어쓴그배춧잎과악수하

니빙긋웃음이났습니다.

그날의꿈을통해마음속의지혜가들려준이야기.

세상의 온갖 좋은 것을 다 가진 사람인들 고민이 없겠습

니까. 벽장 밑 개미로 사는 데에도 그만한 재미는 있는 법.

주위를 둘러보면 감사할 일이 넘쳐납니다. 우리는 자신이

이미가지고있는것들이무언지도모른채갖지못한것만

탐하며 불행해져 갑니다. 날마다 한 손가락에 한 개씩, 감

사할일을열개만꼽으며살아간다면늘행복할거라던누

군가의말이떠오르네요.

세상을 향해 불평을 터뜨리기 전에 제 마음, 그리고 제

방이나구석구석쓸고닦고비워야겠습니다.

교리상식

전화나이메일, 화상통화로도잘못을 ‘고백’할수있는데, 고해성사는왜불가능하냐고의아하게생각할수있습니다. 그러나

그런형태는고백일수는있겠지만성사는아니라는것을말씀드립니다. 고해성사는인격과인격이만나는것, 곧하느님과

사람이실제로만나는일에의미를두고있습니다. 그것이하느님의대리인인사제를만남으로써구체적으로실현되는것입

니다. 저지른잘못에대해자기혼자잘못했다고뉘우치는것으로그치지않고하느님을만나그분께죄를고백하고다시관

계를회복하는것, 이것이고해성사의핵심입니다.

화상통화로 고해성사를 볼 수 있나요?

글_

교회상식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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